
지하 구내식당까지 도·감청 장비 설치…철통 보안
헌법연구관부터 일반직, 청경까지 욕설·비방 노출
서부지법 폭동 재연 우려…방호는 경찰 지원 필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가 다가오면서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이 겪는 압박감도 커져가는 모습이다. 철통 보안 속 과중한 업무와 쏟아지는 민원으로 건강을 해친 이도 적지 않다고 전해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후 수시로 비공개 평의를 열고 사건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중이다.
헌법재판관들은 오전 9시 이전 각자 차량을 타고 출근하고 당일 업무가 끝나기 전에는 가급적 청사 본관 밖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식사는 주로 본관 지하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평의가 열리는 회의실에 설치된 도·감청 방지 장치가 식당에도 설치됐다고 한다.
철통 보안 속 탄핵심판의 결론을 고심하는 이들은 또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이 시작된 이후 10여명의 헌법연구관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헌재에 배정된 헌법연구관 총정원(68명) 대비 7분의 1 수준이다.
헌법연구관(보)은 판·검사 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법조인으로 사건의 심리 및 심판에 관한 조사·연구를 맡는다.
구체적으로 자료 및 법리 검토를 비롯해 각종 실무 절차와 선례·판례, 법이론 등을 수집·검토해 왔다. 3·1절 연휴에도 출근하는가 하면 밤샘 작업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기일이 끝난 지금 TF는 파면·기각 등을 담은 결정문 초안을 작성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관들은 평상시에는 비밀 토의인 ‘평의’와 결론을 내는 ‘평결’이 끝나야 결정문을 쓰는 절차에 들어간다. 이 때 헌법연구관들의 보고서와 결정문 초안이 토대가 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보안 문제로 여러 경우의 수를 모두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연구관을 맡았던 인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TF를 둘로 나눠 인용과 기각 두 결정문을 각자 준비하게 했다. 서로 의견 교환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헌법연구관들은 재판관들의 평의나 평결 회의에 접근할 수 없다. 결정문 초안을 쓴 사람도 마찬가지다. ‘주석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이는 평시에도 그렇다. 대통령 탄핵심판인 만큼 보안을 강화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헌재 직원들은 이런 엄중한 분위기 뿐만 아니라 청사 밖에서 날아오는 욕설과 공격, 비방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
TF에 참여하는 헌법연구관들의 경우, 윤 대통령 지지층과 커뮤니티 일부에서 국적 관련 허위 주장과 혐오 발언을 일삼아 헌재가 수사의뢰를 검토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헌법연구관 뿐만 아니라 일반직 직원들도 고충을 겪고 있다. 최근 헌재로 걸려오는 민원 전화가 부쩍 늘어났고, 건강을 해친 직원도 있다는 게 헌재 관계자 설명이다.
헌재 보안관리대 소속 경위·보안직 직원들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와 욕설 등에 매일같이 애를 먹고 있다.
헌재 앞에 모인 시위대는 시간과 날짜를 가리지 않고 헌재 본관을 향해 욕설이 섞인 고성을 지르고 있다. 주로 탄핵 반대 주장인데 특정 국적에 대한 혐오성 발언도 많다.
최근에는 한 직원이 벽에 밀착해 시위를 하려는 지지자들을 벽 너머에서 제지하려 하자, 지지자들이 ‘빨갱이’·’중국인’ 등의 표현을 쓰며 욕설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탄핵 선고 당일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같은 극렬 지지층의 헌재 청사 난입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헌재 규칙에 정해진 경위·보안직 정원은 29명에 그치는 만큼 청사 방호는 경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헌재 관계자는 “선고 당일 자체 방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