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전직 지역위원장 강모 씨로부터 재차 거액을 빌린 뒤, 5년이 지난 현재까지 갚지 않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여금 형식을 가장한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차용의 진정성과 자금 용처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민주연구원장이던 2018년 4월, 강씨에게 네 차례에 걸쳐 총 4,000만 원을 차용했다.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이자와 만기 상환 조건이 명시됐지만, 원금은 2023년이 지나도록 상환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김 후보자는 같은 시기 강씨를 포함해 총 11명으로부터 1억4,000만 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까지 상환된 원금은 전무하다.
강씨는 김 후보자의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전후로 SK그룹으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 2억 원 수수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1억5,000만 원을 직접 대납했고, 가족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450만 원씩 1년 9개월간 송금한 핵심 공여자다. 이들 돈은 당시 법원이 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두 사람은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이어왔고, 2023년 12월 강씨의 출판기념회에서도 김 후보자는 축사를 맡을 만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문제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이뤄진 ‘사인 간 대여금’이 단순한 차용인지, 사실상 정치자금인지 구별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특히 김 후보자는 7억 원대 정치자금법 위반 추징금을 꾸준히 분할 납부하다가, 2023년 총선을 앞두고 전액 납부한 바 있다. 빌린 돈이 이 추징금 납부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는 채무액이 1,000만 원을 넘으면 신고 대상이며, 사적 거래라 하더라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요청안에 해당 금액을 ‘세금 변제 목적’이라 기재했지만, 구체적 용처는 밝히지 않았다. 강씨를 포함한 채권자 중 일부는 “이자는 정기적으로 입금됐다”고 밝혔지만, 변제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질적 ‘돈 선물’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김 후보자 측은 본보의 질의에 구체적 해명을 내놓지 않았으며, 강씨 역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모든 자료를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지만,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룸살롱 김민석’이라는 과거의 오명에 더해, 이번 사건은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총리직 적격성에 다시금 큰 의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