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을 하버드대생이라 사칭하고 추천사까지 위조, 출판사를 속여 책을 출간한 사건이 발생했다. 출판사는 즉시 판매를 중지하고 환불 조치에 나섰다.
12일 길벗출판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독자와 관계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려서 죄송하다”면서 “출판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도서를 구매하신 분들께는 환불해 드릴 예정”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문제의 책은 김민지 씨가 쓴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로, 지난 1월 22일 길벗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김 씨는 책과 홍보물에서 자신에 대해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뇌과학을, 임상심리 세계 1위 대학인 UCLA에서 발달·사회심리학과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고 소개했다.
또 표지에는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 예일대 감성지능 전문연구위원 데이비드 카루소, UC데이비스 심리학과 교수 딘 키스 시몬튼의 추천사도 실었다.
하지만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김씨가 하버드대 졸업자 명단에도 등장하지 않으며 UCLA 졸업 논문도 검색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9일 길벗출판사는 “저자 이력 사항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사안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해당 도서의 판매를 중지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저자의 주요 이력이 상당 부분 허위라는 점과 책에 수록된 추천사 역시 당사자들에게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해당 도서 판매를 즉각 중지하고 서점에 배포된 책 회수에 나섰다.
그러면서 “저자의 이력과 경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충분치 못했다는 점, 추천사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출판사는 저자 이력을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출판 계약 전, 저자의 이력 및 학위 정보를 구글 논문 검색이나 링크드인 등에서 검색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면서도 “저자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한글이름이 아닌 영문명을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확인했고, 저자가 미국 내에서 별도의 영문명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때 저자의 이력을 더 철저히 검증해야 했지만 온라인 기록상 저자의 한국 활동이 2018년경부터 이어지고 있었으며, 서울시교육청과 대검찰청 등에서 강의를 진행한 것을 확인, 해당 기관에서 강사 이력을 검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거짓 추천사를 가려내지 못한 것에 대해선 “책에 수록된 추천사는 저자에게 전달받아 수록했다”면서 “저자는 프로포절 형태의 영문 원고를 교류하고 있는 지도교수나 학계 관련자에게 전달해 추천사를 받겠다고 했으며, 이후 당사에 추천사 문구를 전달해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는 이미 저자와 오래 소통하면서 저자를 신뢰하는 상태였고, 저자는 수시로 진행 상황을 공유해 주는 등 정상적으로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위장해 추천사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지 못했다”고 했다.
길벗출판사는 도서 구매자에게 환불해 주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으며, 수거한 책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폐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출판사에 따르면 김씨는 다른 출판사들과도 출판 계약을 맺었으며, 해당 출판사들과 관련 사실을 공유해 책이 추가로 출판되는 것을 막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