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글로벌 네트워크의 정점에는 당연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오랜 기간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했다. 이 회장이 국제 무대에서 쌓은 이 네트워크는 이제 사법 리스크가 해체된 상황에서 삼성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와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 쌓은 글로벌 인맥왕으로 통한다.
당장 이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물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등 미국 빅테크 큰 손들과 가깝다.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는 호아킨 두아토 J&J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등과도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BMW 등 독일 완성차 업계는 물론 반도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 경영진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피터 베닝크 ASML 전 CEO와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일본 게이오대 유학파 출신으로 일본 재계와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과도 인연이 깊어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인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정례 교류회를 주재하는 등 한일 재계 협력을 이끄는 ‘대화 창구’로 통한다.

이 회장, 글로벌 네트워크로 사업 협력 ‘앞 장’
신흥 시장에서 그의 인맥은 웬만한 외교관 이상으로 꼽힌다.
단적으로 이 회장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그의 동생 ‘만수르’ 부총리와 오랜 친분을 쌓았다. 그가 2022년 회장 취임 이후 첫 해외 출장을 떠난 지역도 바로 UAE다.
그는 인적 네트워크가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론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3년 일본 출장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사업 협력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이 회장은 인도에서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과 연이 깊다. 이 회장은 암바니 회장의 자녀들이 결혼할 때마다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 받아 인도를 찾았다. 암바니 회장이 이끄는 회사 중 하나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인도 최대 통신사로, 삼성 네트워크사업부와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사업의 대형 계약 체결이나 신규 시장 진출 과정에서 ‘JY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최근에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샤오미, BYD 등 주요 기업의 총수들과 만나 비공식 협력 채널을 가동한 것이 언론에 노출된 바 있다.
지정학적 변수 해법에 글로벌 네트워크가 ‘실마리’
이 회장 네트워크는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지정학적 변수가 커지는 상황에서, 해법 마련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앞서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주최한 기업 대표 간담회에 유일하게 초청된 해외 기업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끝내 불참했다.
최근 미국 시장을 둘러싼 관세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미국에서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재계 의견을 적극 표명해주길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미국 행정부가 약속한 생산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