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가 한국과 일본을 압박해 거액의 투자를 강제하는 것이 불법적이라며 미 의회가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사설에서 강조했다. 다음은 사설 요약.
트럼프가 무역 협정으로 이끌어낸 외국 투자 약속은 규모가 너무 커서 실현되기 어려우며 미국 정부의 재정 권한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의 3500억 달러,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 약속은 미국에 큰 성과처럼 보이지만 일본과 체결한 양해각서(MOU) 세부 내용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한국과는 양해각서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과 MOU에는 투자금이 “경제적 및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간주되는 분야”-즉 금속, 에너지,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에 투자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TSMC가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과 같은 민간투자 방식이 아니다. 정부 대 정부 간 투자로 전적으로 미 정부의 재량에 따라 이뤄지도록 돼 있다.
다시 말해 의회의 승인이나 예산 배정 없이 운영되는 사실상의 국부펀드인 셈이다.
미 정부는 대통령 또는 그가 지정한 관리자가 선택하고 통제하는 투자마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일본은 45일 이내에 현금을 납입해야 하며 어기면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런 약속들의 규모가 너무 거대하다는 데 있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는 트럼프 2기 남은 3년 동안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본은 GDP의 4.4%에 해당한다.
일본과 한국은 트럼프가 계속 요구해온 대로 국방비를 늘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일본은 GDP의 1.8%, 한국은 2.3%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트럼프의 펀드에 이보다 두세 배나 되는 금액을 약속했다. 그 돈을 도대체 어디서 마련할 수 있단 말인가?
일본과 한국의 당국자들은 유권자와 의회에 책임을 진다. 소수 정부를 이끌고 있는 일본의 새 총리가 이런 조건으로 외국 정부에 수표를 써줄 것으로 믿기 어렵다.
더구나 이렇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 투자 왜곡과 부패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커진다.
대통령과 공화당 측 정치적 동맹이 운영하는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라는 정치적 압박이 미 정부 당국자들에게 거세게 몰릴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에게 수천억 달러를 맡겨 그가 원하는 대로 투자한 선례가 없다. 그것도 동맹국들에게 ‘돈을 내지 않으면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며 강요해 얻은 돈으로 말이다.
만약 민주당 대통령이 이런 일을 했다면, 공화당은 분명 격렬히 비난하고 청문회를 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
결국 트럼프의 ‘투자 펀드’도 같은 수준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래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