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5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규모까지 제시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NG 도입선 다변화에 따른 전략적 이익을 고려하되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한 뒤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전략투자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알래스카 LNG 사업인 ‘프로젝트 노스(Project North)’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는 최대 2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0억 달러 투자를 통해 “6GW 규모의 발전시설, 8개의 새로운 대규모 원자력발전소와, 드디어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원전 8기 건설에 1200억 달러, 텍사스 가스발전소에 220억 달러가 투자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알래스카 LNG에는 “5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 발표만 보면 알래스카 LNG가 사실상 확정된 사업처럼 읽힌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밝힌 추진 단계에는 차이가 있다.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제1호 전략투자 사업으로 확정했고 미국 내 대형원전 8기는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알래스카 LNG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전제로 검토에 착수하는 단계다.
알래스카 LNG는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지역까지 운송하는 대규모 가스 파이프라인과 해외 수출용 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그동안 알래스카 LNG의 사업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과거 국정감사에서 “할 만한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중동 사태를 계기로 LNG 공급망의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정부 판단에도 변화가 생겼다.
카타르산 LNG 도입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말레이시아·호주 등 다른 공급처에서 들어오는 물량도 말라카 해협과 대만해협 등 지정학적 변수에 노출돼 있어 공급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김 장관은 이번 발표에 앞서 지난달 22일 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략적 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하지 않는다”며 상업적 합리성 확보를 최종 투자 여부를 가를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정부는 인허가 지연과 노동력 확보, 기후 여건 등 사업 위험을 추가로 점검하고, 사업 존속기간 내 투자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를 따져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미국 측은 사업이 추진될 경우 우리 기업에 우호적인 참여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철강 등 관련 기자재에 관세 인하 혜택을 주고,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을 보장하는 한편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LNG에 대한 한국의 우선 접근권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조건은 향후 사업 검토 결과에 따라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알래스카 LNG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5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액수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측은 당초 670억 달러 규모를 제시했으나 한국 정부는 전체 대미 전략투자 한도 등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낮춰줄 것을 요구해왔다. 앞서 외신에서는 투자 규모가 54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원전 건설에 배정할 수 있는 최대 1200억 달러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총사업비 223억 달러를 고려하면 알래스카 LNG 투자 규모는 한미가 합의한 총 2000억 달러의 전략투자 한도 안에서 결정돼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2000억 달러가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 측의 제시 금액이) 줄어들어서 다시 (제안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알래스카 LNG가 실제 추진되더라도 총 2000억 달러, 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 전략투자 한도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경우 LNG 수급 다변화를 통해 우리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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