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같은 쟁점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 사건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의 유죄 판단이 김 여사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끌어올린 주요 계기였던 만큼, 항소심에서 결론이 뒤집히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재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상고심을 심리하고 있다.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총 2억744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김 여사는 이 혐의에 대해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별도로 재판을 받은 윤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가 같은 여론조사 제공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당시 서로 엇갈린 판단이 나온 점을 들어 김 여사 사건의 대법원 선고 연기를 요청했고, 대법원은 당초 예정됐던 선고를 미룬 뒤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이 참여한 첫 전원합의기일을 열었다.
대법원이 공개한 핵심 쟁점은 ‘여론조사의 실시 또는 결과 제공이 정치자금법에서 금지하는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그러나 7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약 1396만원을 선고했던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명씨에게도 1심의 징역 1년6개월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 여사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에 영향을 줬던 윤 전 대통령 1심 유죄 판단이 항소심에서 사실상 뒤집힌 것이다.
핵심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받기로 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명씨에게 보낸 “넵 충성” 등의 메시지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실시와 결과 제공에 대한 순차적·암묵적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 여사의 1·2심 재판부는 명씨가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를 정치자금 기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윤 전 대통령 항소심도 김 여사 사건 1·2심과 유사한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를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정치적 조언의 수단’으로 판단하고, 세 사람 사이에 사전 의뢰나 여론조사 제공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김 여사 사건을 심리하면서 윤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의 사실 인정과 법리를 얼마나 반영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 무죄가 김 여사의 무죄 확정을 곧바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이미 지난달 전원합의기일에서 상당 부분 결론을 내린 상태라면 이번 판결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김 여사 측과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 항소심 판결문을 분석해 추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아직 김 여사 사건의 추가 전원합의기일이나 선고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항소심에서 무상 여론조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등을 선고받은 상태다.
대법원이 무상 여론조사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을 유지하고 나머지 혐의도 그대로 인정하면 김 여사의 형은 확정된다.
반면 무상 여론조사 수수까지 유죄라고 판단할 경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윤 전 대통령과 명씨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갈 경우에도 같은 법리를 둘러싼 대법원의 판단이 불가피해진다.
다음 달 23일 선고가 예정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도 이번 판결과 김 여사 대법원 판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들의 사법적 결론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