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6일 화물연대 총파업에 정부가 내린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고,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한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총파업 참여 규모는 2만여명 수준으로, 파급력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정부는 일단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보류한 상황이지만, 피해가 극심해질 경우 언제든 즉각 발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어서 노정 간 강대강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총파업이 13일째를 맞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경기 등 전국 15개 거점에서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총력 투쟁 대회’를 개최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지난달 24일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화물연대뿐 아니라 민주노총에 대한 강경대응 예고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탄압은 화물연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최대 걸림돌이자 저항세력인 민주노총을 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조직적 차원의 투쟁을 통해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분산 개최하며 총연맹 차원의 연대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총파업 투쟁은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은 연대 파업을 벌이고, 쟁의권이 없는 사업장은 총회나 조퇴, 휴가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파업 대회는 서울·경기(의왕테크노파크 근처), 인천(인천시청), 부산(신성대 부두), 대구(국민의힘 대구시당), 경북(포항 글로비스 네거리), 광주(국민의힘 광주시당), 경남(국민의힘 경남도당), 제주(제주시청) 등 전국 15개 거점에서 열렸다.
양경수 위원장은 서울·경기 대회에 참여해 대회사를 통해 “우리는 지금 자본과 정권의 총공세에 직면해있다. 그래서 함께 싸워야 한다”며 “유일한 저항세력, 민주노총을 지워버리겠다는 정권에 강력한 투쟁으로 제대로 맞서자”고 외쳤다.
총파업 대회에는 화물연대를 비롯해 동조 파업을 결의한 건설노조, 현대삼호중공업, 서비스연맹 등이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2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이는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110만명)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달 12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참여 인원(9만여명)보다도 적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전국철도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산별노조 조직이 최근 잇따라 사측과 협상을 타결하고 총파업을 철회한 데다 대형 사업장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새벽 사측과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잠정 합의해 총파업 참여를 유보했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임단협에 잠정 합의하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제철 노조는 총파업에 참여하는 대신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지속하기로 했다.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시멘트 화물차주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운송사 7곳과 화물차주 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명이 업무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현장조사 대상은 업무개시명령서가 발부된 운송사 33곳과 차주 791명이다.
정부와 경찰은 민주노총이 추산한 2만명보다도 적은 5000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파업 투쟁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이미 임단협이 마무리된 데다 총파업 일정도 급하게 잡혀 전체적으로 커질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이날 총파업으로 타격을 받은 사업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당초 거론된 정유·철강 등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일단 당장의 ‘고비’는 넘긴 데다 이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를 완료한 상태로, 필요 시 즉각 발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노정 간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국민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사태를 잘 지켜보고 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사안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국민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한 여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이 투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법과 원칙’, ‘선(先) 복귀, 후(後) 대화’를 거듭 강조하며 노동계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화물연대는 불법행위를 멈추고 조속히 현업으로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