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이 3국 협력을 제도화할 수 있는 상설 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일종의 사무처를 구성해 3국간 논의 채널을 제도화한다는 것인데, 각국 국내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협력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일은 31일 버지니아주에서 ‘제13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진행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지금까지 엄청난 진전을 이룬 3국 체제 하에서 우리는 협력을 더욱 제도화하기 위해 3국간 조정 메커니즘의 세부사항(parameters)을 신속히 개발하도록 각자 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3국간 논의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일종의 사무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목표는 올해 하반기 3국 정상급 회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일종의 조정기구, 사무국을 구성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3국 협력을 전담하는 사무처가 출범하면 상시적인 소통이 이뤄져 상호 이해나 협력이 높아지고, 국내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협력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정권 교체 후 3국 협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무처 설치 등 제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한미일은 하반기 중 3국 정상회의도 개최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한미일 차관들은 “다음 회의를 올 하반기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약속했고, 하반기 중 3국 정상회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오는 7월 미국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캠벨 부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3국 정상회의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3개월에 개최됐으며, 북한 도발 대응 등 3국 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3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전제조건 없는 실질적인 대화에 참여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계속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을 위반하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우리의 결의만 공고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한미일이 러북 협력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함께 불법적인 협력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벨 부장관도 지속적인 북한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미일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응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완전히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3국의 결합된 대응이 있었고, 인도태평양과 유럽에서도 북한에 강력한 규탄 신호를 보내기 위한 우리 노력을 지지하는 다른 국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자제하고 대화에 응하도록 압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최근 방중에서 이러한 입장을 전했고, 캠벨 장관 역시 전날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에서 이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캠벨 부장관은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들 역시 북한이 위험한 군사장비를 러시아에 제공하는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활동에 대한 우리 우려를 중국 등 다른 국가들에게 계속 전달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전문가 패널이 해체된 가운데, 한미일을 중심으로 새로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김 차관은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미 그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우리의 목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모니터링할 더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벨 부장관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에 김 차관과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차무차관을 초청해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이후에는 저녁식사도 대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