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식비를 아껴가며 약 9300만엔(약 8억1300만원)을 모아 화제가 됐던 일본 남성이 최근 근검절약의 삶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절대퇴사맨’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지난달 28일 X에 “이대로 엔저가 계속 진행되면 파이어족(경제적 자유를 얻어 일찍 은퇴하고자 하는 청년들)은 이제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21년간 무엇을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해왔는지. 정말 무의미한 삶이었다”고 한탄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1년 전 45세의 나이에 9300만엔을 저축했다고 밝혀 화제가 된 인물이다. A씨는 지난해 6월 X에 자신의 저녁 식사를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오늘의 저녁 식사. 언제나 그렇듯 단출하다. 계란은 이제 사치품”이라며 “이런 생활을 20년 넘게 해왔고 저금은 9300만엔이 넘게 모였다. 이젠 뭘 먹어도 맛있다”고 말했다.
A씨가 공개한 저녁 식사 메뉴는 후리카케(일본 조미료)를 뿌린 흰쌀밥과 매실장아찌, 편의점 계란말이가 전부였다.
이 같은 자린고비 식단으로 유명해진 A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식 투자를 하지 않고 주로 월급을 그대로 저축하며, 생활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아 왔다고 밝혔다. 또 하루 동안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피하며 소비하지 않는 ‘0원 생활’을 했다고 한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빈약한 식단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A씨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호화로운 음식을 먹는 것보다 검소한 식단이 더 건강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어지는 엔저 현상에 1년 만에 자신의 삶을 후회하는 듯한 글을 남긴 것이다.
A씨는 또 다른 글에서 “2034년에는 편의점 기저귀가 1개에 1만엔, 편의점 시급 3000엔, 환율은 달러당 5000엔이 되는 것 아니냐”며 “잿빛 미래만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걸지도 모른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엔화 가치는 거품 경제 시기인 1986년 12월 이후 3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