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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급습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9일 LA 다운타운에서는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도심 고속도로에선 경찰차 수 대가 파손되거나 불에 탔고, 자율주행 택시까지 방화 피해를 입었다.
LA 다운타운 알라메다 스트리트를 통과하는 110번 프리웨이 위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몰려 있었고, 아래 도로에는 경찰차들이 흩어진 파편과 연막 속에서 고립된 채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폭죽을 던지고, 도로 위로 불꽃이 터지며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에는 Waymo의 자율주행 택시 한 대가 시위 현장에서 불에 탔으며, LA경찰국(LAPD)의 순찰차 최소 10여 대가 방화 또는 파손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섬광탄을 투척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체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 확대에 대한 반발은 시위가 시작된 초반부터 예고됐지만, LA 중심부에까지 군 병력과 해병대가 배치된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다운타운 시빅센터, 연방법원, 시청 인근에는 주 방위군과 해병대가 투입돼 주요 기관을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위는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시위대는 “가족을 해체하는 연방의 폭력에 침묵할 수 없다”며 해산을 거부했고, 곳곳에서 불꽃놀이를 경찰 쪽으로 쏘는 등 충돌 양상도 확대되고 있다.
시위 참여자 중 일부는 “LA는 이민자의 도시다. 이민자에 대한 전쟁은 곧 우리 모두에 대한 전쟁”이라며, 강경 대응을 중단하고 단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급습을 멈추고 연방정부는 주 정부와 지역사회의 권한을 존중하라”고 촉구했으며, 루 코레아 연방 하원의원도 “무차별 단속은 공동체를 파괴한다”며 ICE 활동을 정면 비판했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병력 배치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나, 연방정부 차원의 지시로 일부 병력 이동이 이루어졌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민 단속 반대 시위를 넘어, 연방-지방정부 간 권한 충돌과 이민 정책에 대한 전면 재논의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LA 전역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시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