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신관 ‘데이비드 게펜 갤러리(David Geffen Galleries)’가 2026년 공식 개관을 앞두고 내부 공간을 처음 공개했다.
세계적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 82)가 설계한 이 건물은 브루탈리즘 양식으로, 전면 콘크리트 구조와 유기적 곡선형 외관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게펜 갤러리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조성된 전시 공간으로, 총면적 34만7500평방피트(약 3만2275㎡)에 이른다. 특히 윌셔대로(Wilshire Boulevard)를 가로지르는 구조가 눈에 띄며, 7개의 대형 기둥 위에 30피트(약 9.1m) 높이로 전시 공간이 들어선 형태다. 약 110개의 전시 갤러리와 복도를 포함해 9만제곱피트(약 8360㎡) 규모의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압도적이지만 반복적”…美 평론가 혹평
LACMA는 지난달 말, 개관에 앞서 신관 내부 공간을 언론에 사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주요 평론가들은 “시각적 힘은 강렬하지만, 전시 공간의 실용성과 미술관 프로그램 운영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대표 미술평론가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최근 칼럼에서 “게펜 갤러리는 매끈하고, 얼룩졌으며, 강렬하고, 단조롭고, 매력적이고, 동시에 터무니없다”고 평했다. 그는 “전시실 벽·바닥·천장 전면이 콘크리트로 덮인 90여 개의 방은 마치 ‘산 속의 요정의 전당’에서 ‘부조리극의 무대’로 연결되는 기묘한 감각을 준다”고 썼다.
특히 시간 순이나 지역별 배열로 구성된 기존의 ‘백과사전식 미술관 구조’를 해체하고, ‘주제 중심의 기획전’ 중심으로 운영 방식을 전환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는 “알파벳 없이 백과사전을 분류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LACMA는 신관 개관을 앞두고 제프 쿤스의 대형 플로럴 토피어리 조각 ‘스플릿-로커(Split-Rocker)’를 전시 전면에 배치할 계획이다. 나이트는 이를 두고 “빌바오 구겐하임의 강아지 조각을 모방한 어설픈 재연”이라 평하며, “관광 효과를 노린 전략적 수단일 뿐”이라고도 꼬집었다.
춤토어 설계의 LACMA 신관은 오는 2026년 4월 공식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7월 3일부터 일부 미술관 회원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될 예정이다.

왜 ‘게펜 갤러리’인가
이번 신관의 명칭은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거물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82)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게펜은 LACMA 신축 프로젝트에 1억5000만달러(약 1720억원)를 기부하며, 미술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후원자가 됐다.
음반사와 영화사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그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링컨센터, UCLA 의대 등 미국 내 유수의 문화·교육기관에 수억달러를 기부해온 대표적 슈퍼컬렉터다. LACMA 측은 전체 6억5000만달러 규모의 신관 건립 예산 중 4억5000만달러를 이미 확보했으며, 그의 이름을 따 ‘데이비드 게펜 갤러리’로 명명했다.
게펜 갤러리는 2003년 프랭크 게리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이후 LA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축 프로젝트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내부 공간을 두고 실용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예술기관보다 관광 명소를 지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건축의 야심, 그리고 관광산업의 기대가 복잡하게 교차하는 이 신관이 ‘콘크리트 조각’이 예술의 미래를 품을 그릇이 될 수 있을지는, 이제 관람객의 시간 속에서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