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윌밍턴의 지하 터널 붕괴 사고에서 노동자 31명이 모두 살아 돌아온 건 단순한 기적이 아니었다. 지하 121m 깊이, 터널 안쪽으로 9.6km 떨어진 고립된 공간에서 이들은 각자의 탈출이 아닌, 동료의 손을 잡고 함께 움직이며 살아남았다.
LA 소방국과 시의회에 따르면 사고 당시 노동자들은 붕괴 직후 순식간에 어두운 흙더미 속에 갇혔다. 그러나 현장에서 당황하거나 혼란에 빠지지 않았다. 서로를 향해 “괜찮냐”고 외치며 생존 여부를 확인했고, 즉시 탈출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고, 남은 공간과 붕괴 범위를 계산하는 것이었다. 이후 이들은 붕괴로 막힌 통로를 향해 한 줄로 이동하면서 서로의 손과 어깨를 붙잡고 19m 높이의 흙더미를 기어올랐다. 터널 안은 지름 5.5m, 어둡고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노동자들은 침착하게 순서를 정하고 체력적으로 약한 동료를 앞세우며 탈출했다.
특히 사고 직후 밖에 있던 4명의 노동자가 “안에 사람이 더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터널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동료들과 합류해 탈출 경로를 함께 확보했다.
LA 시의회 팀 맥코스터 의원은 “이들은 평소 반복된 안전교육과 현장 경험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며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생명을 지켰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즉시 소방 대원 100명이 투입됐지만, 노동자들은 자력으로 승강기까지 도달해 지상으로 올라왔다. LA 소방국도 이들의 침착한 판단과 협력을 ‘모범적인 사고 대응’으로 평가했다.
이번 공사는 LA 위생국이 추진하는 7억 달러 규모의 정수 시설 확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붕괴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