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 전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메넨데스 형제를 석방할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LA카운티 최고 법집행 책임자가 이 사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LA카운티 지방검사 네이선 호크먼은 20일 아침 발표한 성명에서 “라일과 에릭 메넨데스는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에 대해 단 한 번도 완전한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호크먼은 “이들은 배심원단에 의해 수십 년 전 기각된 ‘정당방위’라는 허위 서사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이 범죄에 대해 충분한 통찰을 보여주지 않았고, 완전히 교화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며, 여전히 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석방에 반대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메넨데스 형제의 범죄가 갖는 중대성을 폄하하는 것은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1968년 로버트 F. 케네디를 암살한 시르한 시르한이 2023년 3월 개빈 뉴섬 주지사로부터 가석방을 거부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뉴섬 주지사는 시르한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 충분한 책임 의식을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호크먼은 “그 원칙은 메넨데스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근 다큐멘터리와 영화들이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주목하게 했지만, “사실과 법”에 근거하지 않은 요소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사건을 포함해 대중의 이목을 끄는 모든 사건은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의는 결코 ‘쇼’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저 개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 검찰청을 이끄는 건 오직 증거, 사실, 그리고 법의 적용”이라고 강조했다.
라일(당시 21세)과 에릭(당시 18세) 메넨데스는 1989년 8월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부모 호세와 키티 메넨데스를 총으로 살해했다. 1994년 각기 다른 배심원단에서 심리가 열렸으나 평결이 일치하지 않아 재판은 무효 처리됐고, 이듬해 한 배심원단 아래 재판이 재개돼 1996년 7월 두 사람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수십 년이 지난 뒤, 2023년 메넨데스 형제 측 가족은 새로운 증거와 과거 호세 메넨데스의 학대 의혹을 바탕으로 유죄 판결을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가운데는 에릭이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편지와, 보이밴드 메누도의 전 멤버가 호세에게 14세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또 다른 편지도 포함됐다.
2024년 9월, 넷플릭스는 이 사건을 다룬 9부작 시리즈 *“몬스터: 라일과 에릭 메넨데스 스토리”*를 공개하며 사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졌다. 이어 10월, 당시 LA카운티 지방검사였던 조지 개스콘은 새 증거들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고, 이후에는 두 사람에 대한 형 재조정에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후 양측 가족은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의 석방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 직후 열린 2024년 지방선거에서 개스콘은 낙선했고, 새로 취임한 네이선 호크먼은 형제의 석방에 부정적인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호크먼은 당시 “메넨데스 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안은 철저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교도소 기록과 재판 기록, 관련자들과의 면담, 그리고 유가족의 목소리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에야 재심이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판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 온다면, 반드시 그 어려운 일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호크먼은 법원에 이들의 항소청원을 기각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주지사의 특별 사면을 통한 석방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섬 주지사 역시 “호크먼이 새 증거를 검토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초 재심리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이에 따라 지난 5월 13일 LA카운티 고등법원 미카엘 제식 판사는 형량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서 50년형으로 변경했다. 캘리포니아의 ‘청년 범죄자법’에 따라 범행 당시 26세 미만이었던 두 형제는 자동으로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됐다. 현재 형제의 석방 여부는 주정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제식 판사는 “제가 그들을 석방하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지난 35년간 충분한 시간 동안 복역해왔고, 그만큼의 기회를 부여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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