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가장 유명한 스무디로 꼽히던 음료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고급 식료품 체인 Erewhon은 2022년 출시돼 LA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던 20달러짜리 딸기 스무디에서 모델 헤일리 비버의 이름을 조용히 제거했다.
한때 ‘헤일리 비버 스트로베리 글레이즈 스킨 스무디’였던 이 음료는 이제 단순히 ‘스트로베리 글레이즈 스킨 스무디’로 표기된다. 10월 17일, 10월 20일, 11월 12일 여러 에어원 지점을 방문한 결과, 메뉴판에서 비버의 이름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20온스 용량의 이 스무디는 아몬드 밀크, 딸기, 바닐라 콜라겐, 씨모스 등으로 구성된 ‘피부 지원’ 혼합 음료로 알려졌으며, 한때 LA의 과시적 소비를 상징하고 건강·미용 중심 라이프스타일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 스무디는 2022년 6월 출시 당시 ‘한정 기간’ 판매라고 했지만, 다른 스페셜 음료들이 보통 한 달 정도 지나면 메뉴에서 빠지는 것과 달리 비버의 스무디는 계속 판매됐다. 시간이 지나며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되었고, Erewhon을 LA 관광 명소로 만드는 데 기여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 GQ, 보그 등 다양한 매체에서 분석 기사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왜 비버의 이름이 삭제된 것일까?
Erewhon측과 비버 측 모두 분명한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Erewhon의 스무디 바 직원들(Erewhon은 이를 ‘토닉 바’라 부른다)은 “계약이 만료됐다”는 설명부터 “저도 잘 몰라요, 그냥 일할 뿐이에요”라는 답변까지 여러 확인되지 않은 이유를 내놓았다.
비버와 LA 기반의 Erewhon 사이 계약 관계에 대해서는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다. 2022년 패션 사이트 패셔니스타는 Erewhon부사장의 말을 인용해 “헤일리 측에서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Erewhon은 유명인 이름이 붙은 스무디의 판매 수익을 공유한다고 하며, 첫 달에만 비버 스무디가 3만6,000잔 판매됐다고 한다.
28세의 비버는 배우 스티븐 볼드윈의 딸이자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아내로, 스무디 출시 시기와 함께 론칭된 스킨케어 브랜드 ‘로드’의 창업자다. 그녀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제 피부가 이렇게 보이는 이유의 90%는 이 스무디 덕분”이라며 매일 마신다고 밝혔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5,500만 명을 통한 홍보는 음료의 인기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분홍빛과 흰빛이 섞인 이 스무디는 호불호도 컸다. 보그 기자는 일주일간 이 음료를 마신 뒤 맛을 “맛있는 분필”, “거의 역겨움에 가까움”이라고 표현했다. 2022년 LA타임즈의 맛 평가에서는 “정말 맛있다. 걸쭉하고 크리미하며 딸기 맛이 풍부하다. 하지만 피부를 더 좋게 해줄지는 모르겠다”고 적었다.
스무디가 유명해지면서 수십 명의 블로거와 인플루언서들이 이 음료의 ‘비밀 레시피’를 공유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한 인플루언서는 전직 Erewhon 직원에게서 얻었다고 주장하는 레시피를 공개하기도 했다.
Erewhon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확장해 비벌리힐스와 실버레이크에 새 지점을 열었다. 현재 남가주 전역에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더 많은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체인의 성공에는 유명인과의 협업이 큰 역할을 했으며, 사브리나 카펜터, 코트니 카다시안, 빌리 코건, 벨라 하디드, 팅크스 등이 스무디 협업에 참여했지만 비버 스무디만큼 압도적인 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음료는 없었다.
적어도 한 명의 Erewhon 고객, 즉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는 이 변화에 주목하며 10월 21일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이름과 상관없이 여전히 맛있어 보인다”고 말했고, 맛을 딸기 크림세이버 캔디와 비슷하다고 평가하며 10점 만점에 8점을 줬다.
10월, Erewhon은 이 유명한 딸기 스무디를 전국 배송하는 100달러짜리 DIY 스무디 키트를 출시했지만, 웹페이지 어디에도 비버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버와 Erewhon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 같지는 않다. 매장 내 토닉 바에서는 여전히 ‘헤일리 비버 스트로베리 글레이즈 소프트서브 선데’를 판매 중이다.
가격은 10.50달러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박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