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아프간서 미국식 규범 시도 20년…결과는 비극 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간 주둔한 결과는 ‘손실과 비극’ 뿐이라고 비판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 ‘지식의 날’을 맞아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20년간 아프간에 자신들의 기준을 적용하려 분투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군은 20년 동안 그 곳에서 거기 사는 사람들을 ‘문명화’하려고 했다”며 “실상은 자신들의 규범과 삶의 기준을 도입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런 시도를 한 미국은 물론 아프간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비극과 손실로 끝났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하려면 그들의 역사와 문화, 삶의 철학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들의 전통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외부에서 가져온 걸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철수하면서 아프간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 통제 아래로 다시 들어갔다. 미군과 동맹군은 지난달 31일 시한에 맞춰 아프간 철군을 완료했다. 탈레반은 ‘독립’을 주장하며 자축하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간 사태로 인한 역내 불안정을 우려하면서도 아프간 내정과 분쟁에 대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을 인용한다면서 실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개입은 아프간에 민주주의를 강요하려는 외부 세계의 시도라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국과 동맹국들이 20년에 걸친 전쟁을 끝내고 아프간에서 철수한 후 아프간에 새로 형성되고 있는 정치 지형에 대한 한 스페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인 중 한 명인 독일 총리의 말을 인용하겠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교황은 “역사적, 민족적, 종교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전통을 완전히 무시한 채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를 건설하려는 무책임한 정책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메르켈 총리의 러시아 방문 때 나온 것이지만 교황이 말했던 것처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말한 것이 아니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말한 내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착각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20일 메르켈 총리와 회담하면서 “탈레반이 아프간을 빠른 속도로 점령하고 있는 것은 서구식 민주주의 비전을 강요하려는 시도가 헛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아프간에 대한 서방의 개입을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독일을 도와준 아프간 국민들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러시아가 탈레반과의 접촉을 통해 압박해줄 것을 촉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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