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통적 공급망 무너뜨려”…이동통제·공장 폐쇄로 공급 지연
공급망 병목 현상…”단기적으로 사업체·소비자 모두에 도전”
미국·영국 등서 생필품 사재기…중국 전력난 추가 악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에 피로가 누적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이 상품 부족과 물가 상승을 자극할 거란 우려가 높다.
국제해운회의소(ICS)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국제도로운송연합(IRU), 국제운송노동자연맹(ITF)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엔에 서한을 띄어 세계 각국이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운송 노동자들에게 지워진 부담으로 세계 공급망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며 팬데믹 기간 세계 무역 흐름을 지탱하던 운송업계 종사자들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봉쇄가 본격화하면서 해상 운송업자 수십만 명이 한동안 선박을 떠나지조차 못했다. 비행기 운항 역시 제한됐고 항공 노동자들은 국경, 이동, 백신과 관련해 나라마다 다른 기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경 이동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한되면서 화물트럭 운전사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무기한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스티븐 코튼 ITF 사무총장은 운송 노동자들이 국경 폐쇄, 귀가 불가, 의료 서비스 부족, 자가격리 등 총제적 불확실성 속에 일하고 있다며 “정부 지도자들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공급망 붕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작년 11월 발간한 ‘팬데믹 기간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대부분 세계가 국경을 초월한 공급망으로 상호연결돼 있어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팬데믹에 따른 국경 통제, 거리두기, 공장 폐쇄가 전통적인 공급망을 무너뜨렸다”며 “중국, 미국, 유럽 사이 주요 운송 경로에 항구 혼잡과 배송 지연, 운임료 급등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글로벌뉴스는 “팬데믹이 18개월째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계속 지장을 빚고 있다”며 그 여파로 일부 지역이 제품 공급 지연과 부족, 상품 가격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범위한 공급망 혼란은 기업체나 소비자가 예산이나 물품 조달 계획을 짜는 데에도 차질을 야기하고 있다.
캐나다소매협회(RCC) 소속 전문가 마이크 르블랑은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을 자동차 사고로 고속도로가 막히는 현상과 비교하면서 “저절로 해결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 소비자와 사업체 모두에 상당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전달 29일 유럽중앙은행(ECB) 토론회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개선되지 않은채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급망 대란의 직격타를 맞은 나라로는 영국이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화물트럭 운전사가 부족해 기름 등 일부 생필품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항구 화물 처리 지연과 컨테이너 부족, 코로나19로 인한 물품 대란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 속에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나자 일부 유통업체는 구매 수량 제한을 도입했다.
최근 중국의 역대급 전력난도 추가적인 악재로 떠올랐다. 중국 내 석탄 공급 부족과 탄소배출 관련 규제가 이번 사태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영국 가디언은 제조업체들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이미 물량 부족과 운송 혼란에 직면해 있었다며, 중국 전역의 생산 차질이 이미 압력에 처한 글로벌 공급망에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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