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주재 중국 영사가 2019년 11월 미국 메인주에서 중국으로 수입돼 우한 수산시장에서 판매된 냉동 랍스터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어서 들어왔다는 미확인 주장을 트위터에서 펴다가 적발됐다고 미국 NBC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방송은 18개월 동안 중국 외교관들과 국영매체가 트위터에서 퍼트린 허위 정보 메시지를 추적해온 영국 옥스포드대 마르셀 슐립스 연구원을 인용해 그같이 전했다.
슐립스 연구원에 따르면 자리유(査立友)라는 인도 콜카타 주재 중국 영사가 트위터에서 그같은 주장을 폈으며 이 주장은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 친(親)중국 트위터 계정에서 나온 일련의 음모론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이다.
슐립스 연구원은 550개 이상의 트위터 계정에서 중국 표준시간으로 매일 오전 8~11시 사이에 영어, 스페인어, 불어, 폴란드어, 한국어, 라틴어로 번역된 똑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퍼트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슐립스 연구원은 “팔로워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가짜 아이디 계정”도 있지만 일부는 한때 정식 계정이었다가 해킹돼 허위정보를 퍼트리는 용도로 사용되는 계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정 소유자를 추적하기가 정말 어렵지만 조율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모두 친중국적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고 있는 중국 매체의 기사들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수입 냉동식품을 따라 들어온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냉동 랍스터 기원설을 주장한 인도 주재 중국 영사는 지난해 12월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냉동 물류망”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우한에 수입됐을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했으며 미군이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는 주장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미국에서 독일 비영리재단이 운영하는 민주주의 안전을 위한 연합의 허위정보 조작팀 책임자 브레트 샤퍼는 “이번 주장은 중국 당국자들이 코로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려고 펴는 세번째 또는 네번째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각 계정을 살펴보면 조악하고 정밀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종류의 네트워크는 소셜미디어에서 주목을 끌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라고 강조하고 “랍스터설이나 미군 유포설을 믿든 믿지 않든 적어도 진실을 가리고 사람들을 혼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슐립스는 가짜 명의의 계정 명단을 트위터측에 제공했으며 트위터측은 계정을 검토해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트위터측은 가짜 계정들이 국가와 연계된 활동을 폈는지를 조사하고 있으나 조사에 몇 달이 걸린다고 밝혔다. 트위터측은 이 계정들이 중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다.
슐립스는 이번 허위정보 유포 계정들을 초기에 발견해 그로 인한 “실제 피해는 매우 작을 것”이라면서 “트위터에서 가짜 계정들의 주장이 주목을 끌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트위터측에 알렸고 트위터측이 재빨리 계정들을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메인주에서 잡히는 랍스터는 몇년 동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대상이었다. 미국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 활랍스터의 중국 수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 중이던 2019년 중국 당국이 무거운 관세를 부과한 탓에 40% 감소했다. 이듬해 중국이 관세를 낮추면서 수출이 다시 늘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언제든 다시 수입을 억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외교 및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호주산 랍스터 수입을 금지시켰으며 노벨평화상이 중국 반체제인사에게 주어지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도 비공식적으로 제한했다.
일부 기사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냉동, 냉장된 제품 속에서 장기간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바이러스 수입 가능성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면서 메인산 랍스터를 지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메인 랍스터 도매상 톰 애덤스는 “전세계의 공중보건기관들이 수입식품이 코로나19의 기원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인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폐질환이 전자담배 때문일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코로나19를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잘못 주장하는 기사들도 있다. 메인주 CDC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카이얀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이 “조작과 허위정보 유포에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허위정보의 최대 피해자이며 미국과 다른 일부 서방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 매체가 중국 때리기에 나선 가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팬데믹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을 저해하는 허위정보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슐립스 연구원은 의심스러운 트위터 계정들이 조기에 발견돼 정지됐지만 비슷한 이론들이 여전히 트위터에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허위정보가 퍼지는 것을) 크게 늦추긴 했지만 여전히 퍼트리려는 조율된 움직임들이 있다”면서 “우리가 찾아낸 계정들을 대신하는 새 계정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