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로맨스’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지옥'(2021)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등 제작 규모가 크고 무거운 장르물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엔 가볍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로맨스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타고 해외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12일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SBS TV 월화극 ‘사내맞선’은 전날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9위를 차지했다. 국내 드라마 중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 특히 사내맞선은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높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에서 1위에 올랐다. 국내는 4위다.
사내맞선은 회사 사장 ‘강태무'(안효섭)와 맞선을 보게 된 직원 ‘신하리'(김세정)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동명 웹소설이 원작이다. 재벌 3세와 캔디형 여주인공의 뻔한 로맨틱 코미디(로코) 설정이지만, 설레는 장면과 웃음 요소를 적절히 섞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 1회 시청률 4.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 4회만에 8.7까지 찍었다. 주연인 김세정은 아이돌그룹 ‘구구단’ 출신이지만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고, 상대역인 안효섭과 케미스트리도 돋보였다. ‘수상한 파트너'(2017) ‘기름진 멜로'(2018) 등 로맨스물에 특화된 박선호 PD가 연출을 맡은 효과도 한몫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오징어게임 등 장르물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최근 공개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청소년 범죄를 둘러싼 이야기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전까지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 로맨스물이 인기를 끌며 아이돌과 한류스타 중심 팬덤 문화가 형성됐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공격적인 투자로 제작비 규모가 큰 장르물에 편중하면서 로코 수요가 높아졌다. 지상파·종편이 OTT에 공급한 드라마 중 로맨스물 인기가 유독 높은 점이 반증했다.
일본 내 한국 드라마 인기도 뜨겁다. 전날 일본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한국드라마 8편이 톱10에 들었다. 소년심판(2위)·지금 우리 학교는(8위)을 제외하면 모두 로맨스·청춘물이다. 박민영 주연 JTBC 주말극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과 사내맞선이 3·4위에 랭크됐다.
한류스타 손예진 주연작은 두 편이나 순위에 올랐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19~2020)과 JTBC 수목극 ‘서른, 아홉’은 각각 5·6위를 차지했다. 손예진과 현빈이 결혼을 발표하면서 함께 출연한 사랑의 불시착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tvN 주말극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9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는 10위다. 일본 내에서는 최신 작품뿐만 아니라 2~3년 전 종방한 드라마에도 열광했다.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현지에서 4차 한류 붐이 일었고 오징어게임, 지옥 등 K-콘텐츠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중국 내 한한령이 해제되면 K-콘텐츠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류스타 주연 로맨스물이 현지에 잇따라 유통, 기대감을 높였다. 손예진·정해인 주연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는 지난 3일 중국 3대 OTT 아이치이에서 공개됐다. 2016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촉발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이후 처음이다. 공개되자마자 아이치이 드라마 인기차트 9위를 차지했으며 다음날 7위까지 올랐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방영’ 해시태그가 조회수 1억2000만회를 넘으며 핫이슈 순위에도 올랐다.
최근 송혜교 주연 SBS TV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2021~2022)는 중국에 방영권 라이선스를 판매했다. 중국 OTT 빌리빌리(Biliili)도 이달 초부터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2012) ‘또 오해영'(2016) 등의 방영을 시작한 만큼 K-로맨스 열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과거 로맨스 드라마가 한류 열풍을 이끌었다”며 “넷플릭스 등 OTT가 등장하면서 장르물이 쏟아졌지만, 최근 로맨스물 수요가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늘면서 스토리가 탄탄해지고 소재도 다양해졌다. OTT를 타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K-로맨스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