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향후 4년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를 30일(현지시간) 앞두고, 흑인과 빈곤 여성들이 선거 향방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CNN은 “브라질은 여성 유권자가 남성보다 800만 명 많다. 브라질 인구의 51.1%를 차지하며 유권자의 53%를 차지한다”며 “최근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인 만큼 이들 여성 유권자가 내리는 선택에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성비는 지금까지 대선에서 중요 요건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인류학자이자 아일랜드에 있는 더블린 대학의 로사나 피녜이루 마차도 교수는 “(현 대통령이자 재임에 도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경우 지지자 핵심층은 여전히 남성”이라며 “최근까지 브라질 여성들은 정치 참여율이 낮고 투표도 단순히 남편을 따라하는 경향을 종종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인터넷과 TV·라디오, 학교 등을 통해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 신장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현 대통령 재임 기간에 기아와 빈곤이 늘어나자 가난한 여성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반대가 커지고 있다. 보우소나로에 저항하는 이들은 가난한 이웃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선에서는 2일에 치러진 1차 선거 결과를 토대로 재선에 도전하는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과 연임을 노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두고 투표가 진행된다.
앞선 1차 투표에서 룰라 다 실바는 전체 득표율의 48.4%인 5720만표를 얻어 선거 승리를 위한 50% 문턱에 180만표 미달되는 결과를 낳았다. 보우소나루는 43.2%에 달하는 5100만표를 조금 넘기는 표를 얻었다. 민주운동당(MDB)의 시몬 테벳 후보는 약 500만 표를 받으며 많은 격차를 보이며 3위를 차지했다. 테벳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여성 중 최다 득표했다.
중요한 점은 룰라 다 실바가 여성들 사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기관 데이터폴라에서 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81개 자치단체에서 만 16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2900여 차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이 밝혔다.
데이터폴라는 “조사 대상자 중 여성은 51%가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반면 보우소나루에게 투표한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여성 유권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며 “특정 여성 집단이 보우소나루에게 불쾌감을 느낀다는 여론조사는 현재 양 후보의 선거운동에 모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보우소나루의 선거운동은 영부인 미셸 보우소나로와 여성가족인권부 장관을 지낸 다마레스 아우베스의 참여에 달린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룰라 다 실바는 테벳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그의 부인인 사회학자 로상겔라 다 실바가 선거운동 의제를 조정하고 지지자들과 대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계급과 인종이 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리엘 프랑코 연구소는 “흑인 여성은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 최대 인구 집단”이라며 “이들 대부분이 노예들의 후손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피녜이루 마차도 교수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들 집단이 룰라 다 실바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데이터폴다 연구소 여론조사도 “최빈곤층 가구 57%가 룰라 다 실바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것에 비해 37%만이 보우소나루를 지지했다”고 보고했다.
룰라 다 실바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를 도입했다. 이는 자녀들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고 예방접종을 받게 하는 일정 조건에 따라 정부의 현금지원 프로그램이다. 유엔(UN) 여성보고서에 따르면 보우사 파밀리아의 혜택을 받는 5000만 명 중 92%가 가족을 책임지는 여성이다.
이 밖에도 그는 저소득 가구를 위한 월별 혜택(Auxilio Brazil)도 도입했다. 피녜이루 마차도 교수는 “룰라 다 실바는 재임기간에 이미 성인이었던 저소득 여성들이 이들 혜택을 받아온 것을 기반으로 자녀들이 아직 학교에 남아있고 이들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사실 등을 기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