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국인이 돌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가면서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끊어졌던 북미 대화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화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제한적인 소통만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8일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화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견학을 하던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조사 중이며, 해당 군인의 친인척에게 이를 알리고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또 “우리 장병의 안녕을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계속 집중할 것이고, 계속해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월북한 군인은 2021년 입대한 미국 이등병 트래비스 킹이다. 폭행 혐의로 구금돼 있었고, 미국으로 이송돼 징계를 받을 예정이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대까지 호송됐으나 비행기에 타지 않고 판문점으로 향하는 견학 그룹을 따라갔다가 월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발적 월북으로 보이지만,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민 안전을 확인하기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미 야당인 공화당에서는 벌써부터 김정은 정권이 즉시 석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미국은 우선 북한 내 대사관이 있는 스웨덴을 통해 간접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월북 대상이 군인인 만큼 국무부가 아닌 국방부가 사태 해결을 주도하고 있다. 곧바로 판문점 등지에서 북미간 직접 물밑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스웨덴을 통한 영사 접견을 시도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인의 안전이 최고 우선순위”라면서 “현재 국방부가 (문제 해결의) 선두에 있고, 적절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절됐던 북미 대화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페트릭 크로닌 미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가 “북미가 대화 참여를 위한 새로운 채널을 열 수 있다”며 “미국 행정부는 어떤 미국인도 북한에서 포로 상태로 죽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제임스 줌월트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바이든 정부는 전제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왔다”며 “만약 북한이 이번 사건이 대화를 시작할 구실이라고 판단한다면 바이든 정부도 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VOA를 통해 “이 사건은 엄격히 인도주의적 문제다. (대화도) 그러한 채널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스 실장은 “이 사람을 한국이나 미국으로 돌려보니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면서 “외교 지형이 변화하는 마법같은 사건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이번 사건에 대한 논의와 해결책을 넘어선 무엇인가로 이어질 지는 모르겠다”며 “북한이 진짜로 대화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험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