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이번 조치의 근거로 언급된 미국의 연방 부채 문제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먼저 WSJ는 피치의 경고가 미국이 연방 부채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면서, 최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속된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채 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4회계연도에 순이자가 전체 재량 지출(국방 제외)의 약 4분의3에 해당하는 7450억 달러(약 9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어 WSJ는 이번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채권 수익률이 2011년과는 정반대로 연중 최고치에 가깝게 상승했다는 점을 짚었다. 2011년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을 당시에는 투자자들이 오히려 국채로 몰려들어 채권 수익률이 떨어졌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시장도 미국의 재정 상태를 맹신하진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 미 정치권에서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를 한 이후 재무부의 금고를 채워주기 위한 단기 국채 발행이 쇄도하는 것도 부담 요소다.
WSJ는 미국이 실제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는 일은 없겠지만, 돈을 지나치게 찍어내는 것과 같은 급진적 조치 이외에 미국 정부가 부채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은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어떤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는다면 결국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고, 주식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 되면 또 다른 위기 대응에도 연쇄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으로부터 동맹국들을 방어하는 문제도 예로 들었다. 중국의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세금 인상 등 다양한 형태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한편 WSJ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를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도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연준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는 등 일정 기간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과거에 쌓인 부채에 대한 상환 부담이 한동안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