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9월 영장설’이 가시화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또다시 분출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체포 동의안 표결에 불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체포 동의안 표결 시 비명계 찬성으로 체포안이 통과될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이 대표 체포안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구속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친명계의 판단이다.
반면 비명계는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을 어기자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체포안 특권 포기를 선언한 마당에 표결을 거부하거나 반대표를 던질 명분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대표 체포안 투표만이 방탄 정당 프레임을 깨고 민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비명계의 관측이다.
비명계 지도부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21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친명계 일각에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날아오면 투표를 거부하면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는 말을) 번복하자는 말인지 오히려 확인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사회자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는 혁신위의 제안 또 이재명 대표의 발언, 이런 것을 번복하자는 의미냐 묻고 싶다’는 말이냐고 되물었고 “네”라고 답했다.
고 최고위원은 “김은경 혁신위에서 제안했었던 체포동의안에 대한 민주당의 스탠스(자세)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도부의 답변은 있었던 상황”이라며 “일단 한 번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당연히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김은경 혁신위에서 내놓은 안에 대해 오히려 더 강하게 추진해야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의원님들도 많다”며 “번복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 같은데 어떤 생각에서 그런 결론을 어제 내신 건지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명계에서는 “부결 표를 던지겠다”는 공개 선언에 이어 “투표를 거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거듭 약속에도 검찰 정권의 정당하지 않은 체포동의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민형배 의원은 전날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1차 전국 대회에서 “한동훈(법무부 장관)이 하는 간악한 짓을 보고 걱정이 되지 않나. 간단히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며 “(체포동의안) 투표를 거부하면 된다. 투표를 시작하면 민주당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략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제안하겠다”고 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 때 가결된다. 민주당 의원이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167명이기 때문에 전원 불출석하면 ‘재적 과반 출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당 대표를 잡아가지 말라고 이야기해야 할 의원들이 잡아가라고 도장을 찍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아울러 이 대표가 검찰의 영장 청구로 구속되더라도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친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계파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은 17일 라디오에서 “영장이 발부되기 어렵지만 만에 하나 발부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 중심으로 결속 가능성’을 묻자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설사 구속되더라도 옥중에서 대표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가 구속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새 지도부를 선출하거나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아직 구속영장 청구도 안 한 상태에서 이런 논쟁이 계속되는 건 결국 내년 총선 공천권 때문이다. 비명계는 친명계가 공천권을 사수하기 위해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민 의원 발언에 대해 “설마 저런 발언을 하는 의원은 없겠지 싶었는데 정말 말했다니 충격적”이라고 반응했다. 한 중진 의원은 “친명 인사들이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이재명 방탄으로 국민들이 돌아섰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으며 지난 17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고 밝혔다.
이후 혁신위원회는 1호 쇄신안으로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및 가결 당론 채택’을 요구했으며, 민주당은 지난 7월 의원총회에서 ‘정당한 체포영장 청구’에 한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결의했다.
‘방탄 국회’를 자초했다는 비판에 따라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검찰에 무분별한 영장청구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반대론도 적지 않아 결국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