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알파벳의 첫글자 ‘알파(alpha)’는 ‘시작’이라는 뜻 외에 ‘으뜸’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해서 동물사회학자들은 동물 무리 가운데 가장 높은 계급과 서열을 가진 우두머리를 ‘알파’라 칭했는데 수컷인 경우 ‘알파 메일(Alpha Male)’’, 암컷인 경우 ‘알파 피메일'(Alpha Female)’이라고 했다.
이 말을 처음으로 쓴 스위스의 동물 행동학자, 루돌프 쉔켈은 오랫동안 늑대들의 무리생활을 세밀하게 관찰한 논문에서 알파 우두머리는 하위 계급의 복종을 받고 먹이와 짝짓기 등에서 항상 최우선 순위를 가진다고 했다. 그 하위 계급으로는 베타, 델타, 그리고 가장 낮은 오메가라 했다.
그러던 이 개념이 인간사회에서 능력, 재력, 외모, 성격, 사회성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남성이나 여성을 가리켜 적용하다가 지도자나 재력가, 권력자인 경우로도 확대 변형되었다.
그러다 보니 ‘알파 메일’하면 의당 최고권력자를 이르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의 스트롱맨이나 고대의 독재자들이 이에 속한다 하겠다.
그 대표적으로 진시황을 꼽을 수 있는데 그를 암살하려는 시도는 3번이나 있었다.
그 첫 번째 자객 형가는 진나라를 배반한 장수의 머리와 적국 연나라 요충지 지도를 갖다 바치는 조건으로 진시황을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황제가 지도를 펼칠 때 그 속에 숨겼던 비수를 꺼내 찔렀으나 너무 짧아 왕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그의 손에 숨졌다.
그러자 그와 공모했던 친한 친구 고점리는 이름을 바꾸고 숨어 살다가 정체가 발각되었지만 시황제는 축(筑)이라는 악기를 잘 타는 그의 재주를 아껴 눈만 멀게 하였다. 얼마후 고점리는 악기 안에 납을 잔뜩 넣어 무겁게 해 궁중에서 연주하다가 시황제 쪽으로 집어 던졌지만 빗나가고 극형을 당했다.
세번째로 우리가 흔히 책사를 가리켜 장자방이라고 부르는 한나라 장량은 힘의 장사 대역사와 함께 시황제의 순방길에 매복했다. 멀리서 36량의 마차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어느 마차에 시황제가 타고 있는지 알 수 없던 장량은 대역사에게 가장 호화로운 마차를 치라고 명했다. 120근 대철추 한방에 마차는 박살나고 모두 죽었지만 시황제는 그 속에 없었다. 시황제는 암살에 대비해 여러 마차로 위장하고 수시로 바꿔가며 탔기 때문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그가 타는 청동마차에는 덮개우산이 있었는데 이는 햇빛를 가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고 유사시에 방패와 창으로 변형할 수 있는 당시 기술이라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정교한 여러 조립식 장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대통령 경호방탄차 같은 격이었다.
이렇듯 동서고금 알파 우두머리들은 항상 적으로부터 신변을 보호해야 했다. 그러니 세계 각국마다 지도자들의 방탄 경호차는 그 나라의 국력과 권위를 말해주는 자존심이랄 수 있겠다.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전용차 ‘아우루스 세나트(Aurus Senat)’를 보여주면서 자랑했다. 김정은은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도 자동차 자랑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 때 한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알파 메일’의 전형적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비싼 자동차를 과시하는 마초적 행동을 열등감의 발로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유야 어쨋든 문제는 자랑을 넘어 살상 무기를 거래하듯 주고받으며 국제사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자칭 스트롱맨, 알파 메일들의 행태가 세계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데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