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에 사용되는 크기의 수영장 859개를 채울 수 있는 와인이 악성 재고로 쌓여 호주 와인 제조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호주 와인 구매국인 중국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계가 악화하면서 호주에 징벌적 수입 관세를 부과한 이후 약 20억 리터의 호주 와인이 팔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 투자 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은 2020년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코로나19가 어디서 시작됐는지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자 호주의 육류, 석탄, 와인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제재를 가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달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에게 와인 관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와인을 수출하는 것은 호주 와인 생산자들은 물론 중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호주 와인 제조업체 타빌크의 최고경영자(CEO) 알리스터 퍼브릭은 “사실상 시장이 붕괴해 와인이 팔리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있다”며 “중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가장 큰 시장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관세가 도입되기 전에는 중국이 호주산 와인의 최대 시장이었다.
호주 포도·와인 무역회사에 따르면 12억 호주달러(약 1조400억 원)에 달했던 중국 시장이 올해 들어 약 800만 호주달러(약 69억 원)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주와 중국의 무역 분쟁이 해결되더라도 와인 수출량이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호주 최대 와인 제조업체인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의 CEO 팀 포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며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와인 생산국인 프랑스도 최근 와인의 수요 감소로 정부가 약 2억 유로(약 2860억 원)의 예산을 와인 폐기 비용으로 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