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자국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하마스가 어떤 조직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7일 새벽 시작된 하마스의 공격이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 사태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분쟁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CNN이 9일 보도했다.
하마스는 육·해·공을 통해 이스라엘을 침공했고 하마스의 무장대원들은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들을 살해했다. 또 100여 명의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데리고 갔다. 이런 대규모 기습 공격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에 대한 “강력한 복수”를 다짐했으며, 하마스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텔아비브에 있는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수석 연구원인 코비 마이클은 “이스라엘이 역사상 이런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상황은 영원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략부에서 차관을 역임한 마이클은 “하마스는 더 이상 우리가 수년 전에 알고 있던 하마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하마스는 이번 기습이 여성에 대한 공격, 알아크사 사원 모독, 가자지구 포위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의 성지로 불리며 이를 둘러싼 갈등으로 2021년 5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11일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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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icket Hevan (@CricketHevan) October 10, 2023
하마스는 무엇인가?
수니파인 하마스는 군사 조직을 거느린 이슬람 단체로 1987년 설립됐다. 이 단체는 1920년대 후반 이집트에서 설립된 수니파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분파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하라캇 알 무카와마 알 이슬라미야(Harakat Al-Muqawama Al-Islamiyya)’라는 이슬람 저항 운동을 뜻하는 아랍어의 약자다. 단체는 팔레스타인의 다른 파벌 내지 정치 세력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이 점령국이고 팔레스타인은 영토를 해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불법 국가로 규정한다.
또 다른 주요 정파인 파타와 달리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단체는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체결한 오슬로 협정도 인정하지 않는다.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를 팔레스타인에 돌려주는 대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조직은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벌여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대안을 자처하고 있다. PA는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끌고 있다.
하마스는 수년간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며, 미국, 유럽연합(EU) 그리고 이스라엘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정됐다.
미 국무부는 2021년 하마스가 이란과 일부 아랍 국가들로부터 무기와 훈련,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일부 팔레스타인인, 국외 거주자, 자선 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이번 공격으로 노리는 것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파괴적인 공격을 감행한 첫 번째 이유는 현 상황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를 포위하고 있고,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칼레드 엘긴디 중동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하마스의 한 가지 목표는 이번 공격을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지역과 국제적 의제로 되돌려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긴디는 CNN에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벗어난 상태”라며 “새로운 게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 및 지역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달 이스라엘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고, 이스라엘은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도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이스라엘이 지역에서 정통성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엘긴디는 하마스가 이번 공격으로 중동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으로 관심을 돌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하마스가 이번 공격을 통해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시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싱크탱크 중동정책협의회의 오마르 라흐만 연구원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타격을 가했다”며 “하마스의 충격 전술은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라흐만은 하마스가 100명이 넘는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을 인질로 잡은 것은 이 사태가 사그라지고 단기간의 군사적 공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장기적인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점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맞설 힘 있나?
분석가들은 하마스의 대규모 공세는 이 단체가 다가오는 전쟁이 실존적인 전쟁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INSS의 마이클 선임 연구원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에 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방으로부터 물리적 지원을 약속받았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하마스는 여러 전선에서 조직화를 이루는 매우 분명한 전략을 갖고 있다”며 “하마스는 가자, 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 하마스를 지지하는 아랍 시민들, 레바논 남부를 지원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군사 책임자 살레 알 아룰리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지상 침공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며 “지상 침공이 이 전투의 결말을 결정하는 데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