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망치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 둔화를 예상했던 전문가들이 향후 경제 전망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6일(현지시간) 3분기 GDP가 연율 환산으로 4.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분기(2.2%), 2분기(2.1%)의 두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美 3분기 GDP, 전망치 상회…소비자 지출, 재고 증가
상무부는 민간 소비를 비롯한 민간 재고투자와 수출 및 각 단위 정부 지출이 GDP 증가에 플러스 역할을 했고, 수입만 마이너스 포인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임금 상승과 초과 저축이 가장 크게 기여했으며, 미국 가계가 상품과 서비스 모두에서 큰 지출을 하면서 소비자 지출이 급증했다.
앞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컨센서스는 3분기 GDP 증가율로 연이율 4.7%를 추정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GDP가 0.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예측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소비자 지출이다. 미국인들이 서비스, 특히 상품 구매를 늘리면서 3분기 소비자 지출은 연간 4.0% 증가했다. 견고한 노동 시장과 코로나19 기간 축적된 저축이 뒷받침돼 여행, 공연, 스포츠 경기, 영화 관련 지출이 늘었다.
또 다른 실수는 재고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기업들이 재고 수준을 줄일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재고가 증가해 GDP 증가율에 1.3%포인트를 추가했다.
전문가들 “경기 침체 당연시 안 돼”…연착륙 기대↑
이같은 예측 실패에 전문가들은 기존 전망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어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켓워치에 “경기 침체를 당연시해선 안 된다. 나 포함 대부분 사람들이 (예측에서) 대부분 틀렸다”며 “2024년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확신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서 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24일 미국 소비자 지출이 3월 이후 여러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경기가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이른바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행사에 참석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옐런 장관은 또 “양호하고 강력한 소비자 지출이 경제에 기여했다”면서, 1년 전 12개월 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100%로 예측했던 블룸버그 경제 모델을 언급하며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경기 냉각 가능성 여전…연준, 내달 1일 금리 결정
다만 이번 상무부 발표에서 4분기 소비 감소 신호가 보이는 만큼, 경기 냉각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WSJ은 “눈에 띄는 수치 이면에 경고 신호가 있다”며 저축과 인플레이션 조정 소득이 감소하고 기업 투자가 주춤한 점에 주목했다.
미국 장기 금리 상승과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미국 정부 부분 셧다운(업무정지) 가능성도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
특히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난 23일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기록하면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기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자동차 및 기업 대출에 대한 차입 비용을 증가시켜 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영국 경제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미국 수석 경제학자 앤드루 헌터는 “4분기에도 소비 증가세가 이번 수준을 유지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기타 여러 가지 역풍이 조금 더 타격을 입히기 시작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다음달 1일 발표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으며, 오는 회의에서도 동결 신호를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