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폐렴으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한 신종 개 호흡기 질환이 확산되면서 미 전역의 수의사들이 이를 치료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3일 NBC에 따르면 콜로라도주립대 수의과대학 반려동물연구센터 소장인 마이클 라핀 박사는 “콜로라도에서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개 폐렴 사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에서 중증 호흡기 질환을 앓는 개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반려동물 보험회사 트루파니온(Trupanion)의 보험금 청구 자료도 인용했다.
개 호흡기 감염, 특히 개 독감은 흔한 질병으로 보호소와 강아지 주간보호센터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신종 호흡기 질환이 폐렴으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보통 단두종 또는 프렌치 불도그, 퍼그 등 납작한 얼굴의 개 품종, 노령견, 기저 폐질환이 있는 개들이 호흡기 감염으로 인해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다. 하지만 텍사스A&M수의과대학의 케이트 아이처 박사는 동료들과 올해 3월과 4월에 백신을 접종한 강아지들의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면서 갑작스러운 발열과 심각한 중증 질환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이처 박사는 “건강한 1~2살짜리 강아지가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폐렴에 걸려 죽는 일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A&M에 있던 개 중 약 75%는 이미 알려진 병원균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나머지 25%는 검사에서 아무런 병원균도 나오지 않았다고 아이처 박사는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라이언동물병원의 데보라 실버스타인 박사는 개 인플루엔자, 보르데텔라(애완견 감기),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여러 병원균에 동시에 감염돼 중증 질환에 걸리는 개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가을과 겨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코로나19,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의 삼중 유행과 유사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호흡기 질환의 증가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개들이 팬데믹 기간 이동제한 조치로 집단 시설에 가지 못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 백신 접종률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 9월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개 주인의 거의 절반이 반려견 예방접종을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콧 위즈 온타리오수의과대학의 전염병 수의사는 지난달 30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바이러스에 덜 노출되고 예방 접종을 덜 받았기 때문에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이 낮은 개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버스타인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종된 것처럼 일부 바이러스의 독성이 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해당 정체불명의 호흡기 질환 주요 증상은 기침, 재채기, 눈 충혈, 눈물 등이다.
대부분의 개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개가 호흡 곤란을 겪거나 먹는 것을 멈춘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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