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조민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에 대해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대해서는 다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재판 관련 조 전 장관 측은 조씨가 인정한 혐의는 자기소개서·표창장 등의 위조 사실이 아닌, 이 같은 자료를 제출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경선 판사는 8일 오후 3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공판 기일에 피고인 출석은 의무다. 조씨는 이날 소형차를 타고 모습을 나타냈다.
회색 코트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조씨는 법정 출석에 앞서 ‘첫 재판 심경을 말해달라’ ‘혐의를 인정하느냐’ ‘최근 수능을 본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재판을 받겠다”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다.
이날 재판에서 조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한다”면서도 “이 사건 공소제기는 검찰이 현저하게 공소권을 남용한 것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공소시효는 7년인데도 피고인의 부모가 기소돼 공소시효가 정지됐다”며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 정지의 경우 도주공범이 뒤늦게 발견되는 등의 경우에 한하는데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늦은 기소는 합당한 사정을 전혀 살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도주한 것도 아니고 추가조사가 된 것도 아니다”며 “검찰은 정당한 소추권을 행사하지 않고 위법한 의도로 적정 절차 원칙을 위반하고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이 유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된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기소는 검찰이 공소권을 지나치게 남용한 것이라는 게 조씨 측 주장이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에게 허위작성 서류를 만들어준 이들과 공범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며 증거를 확보했고 마지막으로 피고인에 대한 조사 후 기소한 것”이라며 “공소권 남용에는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는 없기에 변호인 측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조씨 측이 혐의를 시인하고 있는 만큼, 간이공판 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286조2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한 경우 공소사실에 한해 간이공판절차를 결정할 수 있다.
증거조사 역시 간이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으며, 재판부는 내년 1월26일 다음 기일을 열기로 했다. 조씨 측은 다음 공판에서 공소권 남용 주장과 관련해 1시간 이상 PPT로 의견을 진술하기로 했다. 검찰 측도 반박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씨가 혐의를 시인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르자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를 반박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조민은 진위가 문제된 경력 관련 자료 위조에 관련된 바가 없으며, 해당 혐의로 기소되지도 않았다”며 “검찰과 법원에서 일관되게 인정한 것은 문제의 자료를 첨부해 지원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조씨는 조 전 장관 등과 공모해 2013년 6월경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허위로 작성된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장 명의의 인턴십 확인서, 허위 동양대 표창장을 제출해 위조된 증빙서류를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또 어머니인 정 전 교수와도 공모해 2014년 6월 부산대 의전 입학관리과에 허위로 작성된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 또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을 제출해 입학사정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입시비리 혐의 관련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사를 거쳐 지난 8월 조씨를 기소했다.
법원은 정 전 교수에 대해서는 부산대 의전원 입시 관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며, 조씨의 공모 사실도 인정했다. 정 전 교수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징역 4년이 확정된 정 전 교수는 지난 9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