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첫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데는 그의 대표적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아이오와 경선지에서 코커스 참가자들을 상대로 무작위 조사한 결과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경선 참여 유권자 46%가 자신을 MAGA 성향으로 규정했는데, 이들 중 78%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MAGA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치 슬로건을 줄인 말이다. 최근에는 극단적인 공화당원을 ‘마가 공화당’으로 칭하기도 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허울뿐인 공화당(RINO·Republican In Name Only)’과 비교하며 추켜세운다.
조사 결과 자신이 MAGA가 아니라고 평가한 당원 사이에서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35%의 지지를 받았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의 지지를 받아 30%를 받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보다도 낮은 지지도를 보였다. MAGA 표심과는 극히 대조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강경 보수’의 친(親)트럼프 지지세도 두드러졌다. 당원 중 자신을 강경 보수로 평가한 유권자는 52%였는데, 이들 중 61%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반면 중도·자유주의를 자처한 당원(11%) 중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는 22%에 그쳤다.
DON'T CALL IT A COMEBACK. WE'VE BEEN HERE FOR YEARS! #MAGA2024 https://t.co/Ej0VMBntka pic.twitter.com/ALJfk2m3dO
— Human Events Daily (@humaneventslive) January 16, 2024
교육 수준별로는 당원 49%가 전문대졸 이하(Some college or less)였는데, 이들 중 6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당원은 51%였는데, 이들 중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비율은 37%로 전문대졸 이하와는 크게 차이가 났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당원이 41%였는데, 이들 중 58%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45~64세(54%), 30~44세(42%), 17~29세(22%)의 트럼프 지지율보다 높은 모습을 보였다. 성별로는 여성 53%, 남성 4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번 아이오와 경선 결과를 두고 이른바 ‘화난 백인들(Angry Whites)’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주로 정치적으로 보수 또는 우파 성향을 띤 백인 남성을 일컫는 말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소위 ‘샤이 트럼프’ 유권자와 결이 비슷하다고 분석된다.
이들은 주로 비백인·이민자 등 소수자 집단에 적개심을 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WP 조사에서는 공화당원 55%가 자신이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응답했고, 이들 중 5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자신 지지 표심을 누구보다도 잘 읽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이오와 경선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을 가장 우선시할 것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고, 청중에게 자신의 반이민 대표 정책인 국경 장벽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우리 국가는 수백수천만 명의 사람이 몰려드는 침공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CNN 앵커가 중계 중 개입해 “반이민적 발언의 반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에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더럽힌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번 분석은 공화당 아이오와 경선 당일인 15일 주 전역 투표소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1628명의 당원들을 상대로 이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에서 51%를 득표해 선두 주자로서 입지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