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고흐, 라흐마니노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울증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케이 재미슨 교수가 내놓은 20세기 위대한 예술가 중 38%가 우울증 병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걸 보면 뛰어난 예술가들 중에는 우울증에 시달린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천재 예술가들은 우울증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지만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할까?
어렸을 때 가정폭력이나 심각한 가난 등을 겪은 아이는 뇌에 영향을 받아 청소년기에 우울증을 겪을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의 아이들은 모두 불행해지는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심리학자 에미 워너(Emmy Werner)와 루스 스미스(Ruth Smith)는 1955년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신생아 833명의 30년간 삶을 추적 관찰했다.
그 중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극단적으로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서 태어난 201명의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와 사회 적응이 어렵고 정신적 문제도 겪으면서 사회부적응자로 성장할 거라고 예상했다.
허나 이들중 72명은 학업성적도 우수했고 사회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으며 SAT 최상위권 안에 든 아이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두 연구자는 ‘회복 탄력성 (Resilience)’이라고 명명했다.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 내는 긍정의 힘을 말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주위에 그 누군가 단 한명이라도 아이를 믿어주고 돕는 조력자가 있었음도 알았다.
최근에 미국 유명 작가 마크 맨슨(Mark Manson)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이 화제다. 그 나라가 한국이다. 그는 여기서 한국 사회의 극심한 경쟁과 정신건강 위기에 대한 진단을 1990년대 비디오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빌어 설명했다.
많은 인원이 좁은 방에서 훈련하며 강한 사회적 압력과 경쟁으로 이루어 내는 성공 비결이K-팝, K-스포츠, 첨단기술 등을 세계 무대에서 성공케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100점 아니면 0점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 즉, ‘All or nothing’으로 낙오되는 경우 좌절로 이어지는 사회적 우울감을 높이는 부작용을 만들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이를 남의 눈치를 보는 유교적 수치심과 비판 그리고 극단적 물질주의 단점들이 결합된 결과가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말해 개인의 실패가 집안의 수치로 연결되고, 권위적 직장문화 등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거다. 한마디로 한국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골병든 나라라는 얘기다.
허긴 꼭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한국이 행복하지 않다는 건 국제 지표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은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요로운 나라가 됐는데도 마음 건강은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작가는 그럼에도 한국인에게는 ‘회복력’이라는 강점이 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어떤 어려움이나 도전에 처하든 돌파구를 찾아왔다며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특별한 이 ‘회복 탄력성’이야말로 한국의 진짜 수퍼 파워일 수 있다고 한 점이다.
그의 분석에 다소 피상적인 면도 있고 모두 맞지는 않겠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공공보건의 중요한 의제로 다루는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나서야 할 게다.
이미 영국은 지난 2018년 ‘외로움부 (Ministry of Loneliness)’라는 부처를 신설했다. 우울증, 고독, 분노 같은 마음의 질병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이슈로 인식하고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가기 위해서다. 일본 또한 최근에 고독 장관(孤獨長官)을 신설했으니 말이다.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것은 감기가 누구나 쉽게 걸리기도 하지만 치료도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어서다. 그만큼 주위의 배려와 관리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의미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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