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비례 의석을 포함해 175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지만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는 오히려 의석수가 쪼그라드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여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영남권 공략에 나섰지만 뿌리 깊은 지역주의만 확인한 셈이다. 동진 전략 부재, 야권 200석 전망 등으로 ‘샤이(숨은) 보수’가 결집했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막판 지원 유세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온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2대 총선 개표 결과를 보면 40석이 걸린 부·울·경에서 민주당은 5석을 얻었다. 지난 21대 총선 7석에서 2석이 줄어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 등에서도 의석 추가에 실패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은 내심 12석을 기대했다. PK 핵심 승부처인 낙동강벨트(10석)의 경우 당 소속 7명의 후보가 국민의힘에 비해 우위에 있거나 경합지역으로 분류됐고, 투표 직후 발표된 지상파 3사 공동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민주당의 우세가 예상됐다.
선대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가 정말 좋아 상당히 선전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선거 막판 이렇게 샤이보수가 역결집할 줄 정말 몰랐다”며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진영 정치로 영호남 지역주의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며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이 부각되면 보수 세력이 결집한 영향이 크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심판론에 불을 붙이고, 정치권에서 200석 전망이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평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에서도 영남과 호남 지역 판세는 극명하게 갈렸다”며 “특히 이번 선거는 진영 대결이 가장 극심했다. 이로 인해 영남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대 정서가 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권 심판 바람은 정체된 심판이고 지역주의는 민주화 이후에 거의 30년 동안에 지속돼 왔던 뿌리 깊은 정당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결국은 양대 정당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지역주의가 다시 이번에 강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일부 ‘문 전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달 초부터 문 전 대통령이 부울경 일대를 돌며 총선 지원에 나선 게 보수 세력의 반감을 불러 역풍을 불러왔단 주장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부산 사상구와 양산, 울산을 돌며 민주당 후보를 응원했고,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8일에는 부산 강서구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여론조사상 여당이 밀리는 결과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선거가 가까워 오면서 보수 결집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문 전 대통령의 책임론은 과잉 해석이다. 판세에 영향을 미치 요인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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