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4선 대통령이다. 대공황 시기인 1933년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누르고 제32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그는 세 번의 대선에서도 승리하면서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케이스가 되었던 거다.
당시 이같은 루스벨트의 3선 출마가 가능했던 것은 3선 금지 헌법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연임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선례를 남기자 후임 대통령들이 불문율로 세 번째 도전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시 인기가 높았던 루스벨트의 3선 출마를 강행했고 4선 때도 여러 반발이 심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상황 등을 이유로 밀어붙였던 거다. 이 후에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1951년 비준된 수정헌법 22조는 ‘누구도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번엔 대통령 3선을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3선 도전 발언 때문이다. 지난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는 라스베이거스 집회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은 내 생애 최대 영광이 될 것’이라며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또는 세 번이나 네 번’이라고 농담같이 흘렸다. 그러더니 엊그제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농담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공화당의 오글스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3선 도전을 위한 헌법 개정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는 ‘2회 이상 선출될 수 없다’를 ‘3회 이상 선출될 수 없다’로 수정하고, 두 번 연임한 사람은 세 번째 대통령에 선출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현재 생존하는 전직 대통령들은 제외된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 CNN을 비롯한 몇 언론들이 그 가능성을 짚어보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태여 3선 개헌을 하지 않더라도 기존 헌법의 허점을 이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37년 90세가 될 때까지 권좌에 머무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허점이란 ‘어느 누구도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는 규정에서 ‘선출(be elected)’라는 문구, 이에 주목했다. 즉, 이는 3번 선출(third election)을 금지한 것이지, 재선된 대통령이 세 번째 대통령직을 수행하는(serve)를 금지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서 두 차례 선출됐던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의 사임이나 사망으로 세 번째 대통령직을 맡게 되는 건 선출이 아니니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트럼프의 경우 이미 재선이므로 2028년 대선엔 더 이상 도전할 수 없지만 최측근인 현 부통령 J. D. 밴스를 명목상 대선 후보로 내세우고 자신은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다음 밴스가 취임과 동시에 사임하면 부통령인 자신이 승계함으로써 세 번째 대통령이 될 수 있으며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승계하게 되면 2037년 초까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마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닮은 꼼수같다. 그는 2008년 헌법상 세 차례 연임이 금지되자 최측근인 메드베데프를 대통령 후보로 세워 당선시키고 자신은 총리로 취임해 막후에서 상왕 노릇을 했다. 그리고는 2012년 다시 대통령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대통령 연임 제한을 아에 철폐해 버리고 현재에 이르고 있는 거다.
한편에선 트럼프의 3선 도전 발언이 정치적 수사라는 분석도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거다. 아무튼 미 헌법 개정은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고, 50개 주의 4분의 3이 비준을 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절차인데 어느 방법을 취하든 ‘예측 불허’인 트럼프 성향에 비추어 볼때 3선 도전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헌데 ‘3선 개헌’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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