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시했던 학자금 대출 상환유예 조치를 종료하면서 수백만명의 차입자들이 다시 상환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로 인해 소비 여력이 줄고 신용 점수가 급락하는 등 미국 경제 전반에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올해 1분기 동안 약 560만 명의 대출자들이 새롭게 연체자로 분류됐다”며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연체율은 작년 4분기 0.7%에서 올해 1분기 8%로 급등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대학 학자금 빚 상환을 유예했다.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약 1년간 연체로 인한 불이익을 유예하는 완충 기간을 운영했다.
이에 따라 연체 정보는 2024년부터 신용평가 기관에 다시 반영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급여 압류, 세금 환급금 및 연방 복지수당 몰수 등을 포함한 본격적인 추심 절차를 재개했다.
WSJ는 “많은 차입자들이 신용점수가 크게 하락한 이후에야 이 같은 조치를 인지했다”며 “팬데믹 이전에는 통상적이던 절차지만, 수년간 상환 의무가 없던 이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상환 재개로 인해 미국 소비자 지출이 매달 10억~30억 달러 감소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0.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체에 취약한 계층으로는 2020년 이후 대출을 받았지만 상환 경험이 없는 이들, 2년제 또는 영리대학 출신, 중도 자퇴자 등이 지목됐다.
실제로 연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미시시피주에서는 전체 학자금 대출 차입자의 45%가 연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주는 미국 내 빈곤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레슬리 터너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학자금 대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흔히 떠올리는 아이비리그 출신 22세 청년이 아니다”며 “오히려 가장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체는 신용 점수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연은에 따르면, 신용 점수가 620~719점인 차입자들의 점수는 평균 140점, 720점 이상인 차입자들은 평균 177점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콘스탄틴 야넬리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5년간 학자금 대출을 갚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본 적 없는 회사로부터 대출을 갚으라는 편지를 받는다고 상상해보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채무불이행 비율은 더 높아지고 더 많은 대출자가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용등급이 계속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