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첫 상업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 8년 만에 해체된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본격적으로 해체 작업에 착수하고 오는 2037년까지 부지를 원상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제216회 원안위’를 열고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해체를 위해 최종해체계획서, 품질보증계획서 등을 원안위에 제출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서류 적합성을 검토하고 해체 승인을 심사했다. 이어 전문위의 사전 검토도 받았다.
이날 원안위는 한수원의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신청에 대한 KINS의 심사 결과를 검토했다. 그 결과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의 승인 기준을 만족함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원자로 시설의 해체에 필요한 기술 능력을 확보했으며, 해체 계획 등이 규칙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원자로 시설의 해체 과정에서 예상되는 피폭 방사선량이 선량한도 이내라고 부연했다.
앞서 한수원은 원안위에 최종해체계획서를 제출한 이후 지난해 5월부터 제염 작업에 나선 바 있다. 방사성 물질을 화학 약품이나 고온·고압 등을 활용해 세척, 연마하면서 방사능 오염 수준을 낮추면서 사전 준비를 진행한 것이다.
원안위의 해체가 승인되면서 한수원은 본격적으로 해체 작업에 돌입한다. 오는 2031년까지 우선적으로 비방사선 구역을 철거하고, 해체 지원 시설을 구축한다.
현재 고리 1호기 습식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에 반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8월 건식저장시설 운영을 원안위에 신청한다.
이후 2035년까지 오염구역 해체를 완료하려고 한다. 오염구역을 제염·철거하고, 해체 방폐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방사능 감시·조사, 건물·구조물 철거까지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승인을 계기로 12년에 걸쳐 고리 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부지를 복원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방사선 안전 관리와 환경보호, 지역과의 소통을 최우선 핵심 원칙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원안위도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방사능 안전 우려가 없도록 들여다볼 계획이다.
임시우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은 “이상 상황에 대비해 원안위 지역사무소는 매일 수시 점검을 하고, KINS의 전문가팀이 반기마다 진행 상황을 직접 가서 심층적으로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최종적으로 부지가 복원되는 시점을 2037년으로 목표 잡고 있다. 해체가 완료됐을 때 한수원은 규제 기관인 원안위에 해체 완료를 보고해야 한다.
원안위는 해체완료보고서 및 최종부지상태보고서를 검토하고 해체 완료 검사를 수행한다. 원전이 해체된 부지가 다시 재이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원안위가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해당 부지는 원안법의 규제 대상에서 해제된다. 원안법상 ‘원전 해체’는 원전 영구정지 후 해당 시설·부지 철거, 방사성오염 제거 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의미한다.
한수원은 복원된 부지의 향후 활용 방안은 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고리 1호기 부지가 원상 복원되더라도 활용 방안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리 2호기 등 다른 원전으로 인해 발전소 제한구역에 포함돼 있어서다. 한수원 관계자는 “발전소에 유휴 부지로 활용 가능하다면 활용하겠지만, 아직 계획이 안 나와있는 상태”라며 “향후 정해지면 원안위에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는 건설부터 영구 정지까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원전이다.
고리 1호기는 지난 1977년 6월19일 최초 임계에 도달한 이후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이후 2007년 12월 계속 운전 허가를 받아 10년간 더 운행되다가 2017년 6월18일 운영 40년 만에 영구 정지된 바 있다.
가압경수로(PWR) 방식의 원전으로 출력 규모는 587㎿(메가와트)급이었다.
고리 1호기는 40년 간 15만GW(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한 것으로 추산된다. 1년 동안 부산시가 사용하는 전력량의 3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해체 사업을 통해 건설부터 운영, 해체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수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를 넘어 국내 해체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사업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체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