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에 50%의 고율 관세 적용을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적용 대상이 여전히 불투명해 업계 전반에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기차·반도체·방위산업 등 구리를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은 “대응 자체가 어렵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구리에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구리를 가공해 만든 산업용 중간재 등에도 관세가 적용되는지 상세 기준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어 관세 적용 대상은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구리는 전력망·건설·자동차·가전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만큼, 관세가 부과될 경우 광범위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북미 지역에서 2분기 트럭 판매가 전년 대비 20% 감소한 다임러트럭은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물류업체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존 오리어리 다임러트럭 북미 CEO는 FT에 “지금쯤이면 관세 정책이 분명해졌어야 했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만 미국 내 기업들이 상반기에 구리를 대량으로 사들인 만큼 당장의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에이미 고워 금속 전략가는 “이전의 선매입 물량을 고려하면 6~9개월간은 재고로 버틸 수 있다”며 “그 이후에야 50% 관세의 실질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이크 셀츠도 “지금은 재고가 넉넉하지만, 결국 원가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50% 관세가 내연기관차에는 최대 110달러, 전기차에는 최대 700달러의 원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에는 배터리, 모터, 인버터 등 다양한 부품에 구리가 대량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부품업체들이 구리를 조달하는 만큼, 완성차 업체에는 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관세가 오히려 일부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 최대의 구리 소비기업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의 투자 담당자는 FT에 “우리는 미국 내 제품 대부분을 자국에서 조달한 구리로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덜 받는다”고 FT에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프리즈미안은 미국 내 공장에서 재활용 스크랩과 프리포트 맥모란 구리를 원재료로 전선과 케이블을 생산한다.
한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기준 전체 구리 수요의 약 5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정제 구리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