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1일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과 막판 합의 타결에 매진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두 건의 무역 합의를 발표한 가운데 한국과의 협상도 주내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美日 합의 발표…영국·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이후 5번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과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4월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아시아 국가와 맺은 네 번째 합의다. 이에 앞서 같은 날 백악관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로 미국은 내달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총 다섯 개 국가와 무역 합의를 체결하게 됐다. 이전까지 미국과 합의를 체결한 국가는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 곳이었다.
당초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협상은 교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일본과의 무역 협상을 두고 “합의를 확신할 수 없다”, “(일본 측은) 버릇이 없다”라며 회의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일본에 30~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협상 주요 쟁점은 미국 쌀 수출과 미국이 매긴 25%에 달하는 자동차 품목 관세 등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기간 일본의 올해 쌀 부족 현상을 거론하며 “막대한 쌀 부족 현상을 겪고 있음에도 우리 쌀을 받지 않는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일본의 국내정치적 상황도 녹록잖았다. 이달 참의원 선거 국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저조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에 일본의 협상 동력이 여의치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럼에도 상호관세 시행을 10여 일 앞둔 이날 무역 합의 타결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이는 협상 시한이 도래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성과를 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각국과 200건에 달하는 합의를 체결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로도 실제 발표되는 합의는 거의 없던 상황이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합의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고 “서한이 곧 합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두는 것은 합의의 양이 아니라 질”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일단 미국은 달을 넘기기 전까지 추가 합의에 계속 주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추가 5~6개 합의를 상호관세 시한 만료 전까지 체결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었다. 당시는 필리핀, 일본과의 합의 발표 전으로, 추가 3~4개 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韓 경제·산업·외교 수장 총출동…8월1일 전 합의 타결 총력
한국과의 협상 상황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국에서는 이번 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미길에 올랐다. 구윤철 기획재정부장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본부장도 2+2 통상협의차 방미할 계획이며, 조현 외교부장관도 미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각료들의 대거 방문으로 대미 협상이 분수령을 맞는 가운데, 이날 발표된 일본과의 무역 합의는 한미 간 협상 막바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보는 국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최우선 표적으로 꼽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한국과 일본에 25% 상호관세를 통보하는 서한을 나란히 보냈으며, 자동차 교역과 방위비 문제 등에 양국을 자주 묶어 언급했다. 대미 협상에서 자동차·철강 품목 관세와 쌀을 비롯한 농산물 등이 쟁점이라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유사점이다.
이날 일본은 쌀 수입 확대 및 대규모 대미 투자를 열쇠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완화했고, 자동차 품목 관세도 기존의 절반 수준인 12.5%(기존 일본의 2.5% 관세를 합하면 총 15%)로 인하하는 성적을 거뒀다.
한국과도 이와 유사한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각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더라도 10% 기본관세는 유지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인 만큼, 미국의 상호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마이클 비먼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최근 한국의 성공적인 합의 기준으로 15~18% 관세율을 꼽았다.
자동차 품목 관세 역시 일본과 유사한 수준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 2024년 기준 미국에서 외국산 자동차 판매 순위는 도요타, 혼다, 닛산, 현대, 기아 순이다. 한국 차가 일본 차보다 미국 내 판매량이 적고 일본이 관세 완화 선례를 만든 만큼 순조로운 합의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50%에 달하는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는 일본과의 합의에서도 완화되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이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 예외 조치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韓, 농산물·방위비·에너지 협상 카드…쌀·소고기는 일단 제외 방침
한국의 대미 협상 카드로는 농·축·수산물 개방,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제조업 협력 강화 등이 꼽힌다. 여기에 미일 협상에서 발표된 대규모 대미 투자와 알래스카 LNG 개발 투자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농·축·수산물 개방과 관련해 미국이 요구해 온 쌀 시장 추가 개방과 소고기 월령제 폐지 등은 국내 여론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일단 배제한다는 게 정부 방침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쌀 개방’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기존 미니멈 액세스(minimum access·최소한의 쌀 수입 의무화) 제도의 틀 안에서 미국산 쌀 수입 비중을 확대하는 선으로 합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