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X하우시스가 북미에서 주력으로 생산·판매하는 ‘엔지니어드 스톤(인조 대리석)’이 실리카(규소) 노출에 따른 건강 피해 소송에 다수 휘말리며,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품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분진이 규폐증과 폐암 등 중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법적 책임은 물론 규제 강화와 보험 보장 축소 등 사업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규폐증 진단을 받은 조리대 제작·설치 근로자들이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확대하고 있다. 실리카 노출과 관련해 6800여개 기업에 대해 122건의 소송이 제기됐으며, 소송가액이 6조원 이상이다.
LX하우시스 미국법인도 실리카 노출 관련 피소를 당했으며, 일부 피소채권에 대해 소송충당부채를 설정했다.
엔지니어드 스톤은 석영 가루와 수지 등을 혼합해 압축·경화시킨 고강도 인조 대리석으로, 주방 조리대·욕실 상판 등에 널리 쓰인다.
특히 북미에서는 넓은 주택 규모와 고급스럽고 내구성이 강한 자재를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이 맞물려 엔지니어드 스톤에 대한 수요가 높다.
국내에서도 주택 인테리어 고급화 추세에 따라 엔지니어드 스톤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LX하우시스는 북미 엔지니어드 스톤 시장 공략을 위해 2011년 미국 조지아주 칼훈에 공장을 세웠다.
이후 현지 수요 증가로 2020년까지 3호 라인을 증설했지만, 이번 ‘실리카 논란’으로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실제 LX하우시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6.2% 급감했다. 매출은 13% 줄었고, 순손실까지 내며 적자 전환했다. 특히 건자재 부문 영업이익은 단 8억원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실리카 관련 보험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LX하우시스와 계약한 리버티뮤추얼이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보상 책임이 없다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리버티뮤추얼은 ‘오염 면책 조항’을 근거로 실리카 먼지를 ‘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방어·면책 의무는 자동으로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오염물질을 사용한 LX하우시스 잘못이므로 LX하우시스에게 보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미국 내 엔지니어드 스톤 사업에 일대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본다.
캘리포니아주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엔지니어드 스톤 가공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실리카 사용 제한·금지 논의도 벌이고 있다.
보험업계도 장기 책임 리스크를 이유로 상업 일반 책임보험(CGL) 면책을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LX하우시스의 북미 실리카 소송은 보험과 경영 리스크가 맞물린 복합적인 사업 위기”라며 “LX하우시스가 과거 책임뿐 아니라 향후 규제와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K-News 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