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영상 생성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손쉽게 대량 생성되는 AI 영상들(일명 AI 찌꺼기(slop))“이 소셜 미디어에 범람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보도했다.
AI 영상이 우버 운전사처럼 많은 사람들의 유력한 부업 거리가 됐다.
31살의 대출 담당자 루이스 탈라베라는 지난 6월 처음 AI로 만든 영상이 크게 인기를 끈 뒤로 매일 밤과 주말마다 시간씩 AI 영상을 만들면서 월 5000 달러(약 695만 원)를 번다. 2주 만에 91개의 영상을 만들어낸 그는 팔로워가 18만 명에 달한다.
그는 “소파에 앉아 세 달 된 딸을 안고 ‘이봐, 챗GPT, 대본을 만들어 보자’라고 말하곤 했다”고 했다.
“AI로 제작” 표시 없는 자극적 AI 영상들
플로리다 거주 20살 대학생 아델은 대학을 휴학하고 AI 영상 계정으로 돈을 버는데 몰두하고 있다. 애리조나 거주자인 다른 사람은 AI 공항 캥거루 영상으로 인기를 끌어 3개월 만에 1만5000 달러를 벌었다고 했다.
이처럼 AI 슬랍이 넘쳐나면서 인터넷이 괴상해지고 있다. 불과 2년 전 허술하기 짝이 없던 AI 영상들이 지금은 진짜와 구별이 되지 않은 수준으로 정교해졌다. 또 AI가 직접 대본을 짜 생성하는 영상들도 등장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예술작품이나 우스꽝스러운 풍자극과 같은 AI 영상들은 AI로 제작했다는 표시가 붙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뉴스 보도나 인플루언서 포스트, 악의적인 농담과 같은 것으로 포장된 AI 영상들이 대부분이며 이들 중 특히 충격적인 내용들이 수익을 낸다.
이에 따라 영화 제작자, 기자 등 기존의 창작자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AI 영상 제작자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카나리아 제도의 대학에서 일하는 29살의 후안 파블로 히메네스 도밍게스는 AI로 광고 캠페인 영상을 만들었으며 이 일만으로 “완전히 먹고살 수 있다”고 말했다.
AI 영상을 평가하는 기준 중 널리 알려진 것이 “윌 스미스 스파게티 먹기 테스트”다. 스미스가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을 얼마나 잘 재현하는 지를 두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2023년 제작된 영상은 국수가 흘러내리고 눈이 튀어나온 모습의 엉터리였다.
그러나 올해 최고 영상으로 꼽힌 영상은 AI로 만든 것인지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딱 한 가지 스미스가 국수를 씹는 소리는 내는 점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스파게티가 어떻게 씹히는지 AI가 모르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 영상은 구글의 베오3라는 도구로 만들어진 것이다. 구글은 지난달 베오3가 어떤 사진이라도 입력만 하면 8초짜리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대본도 대사도 AI로 작성
오늘날 AI 동영상 제작자들은 챗GPT로 대본과 대사를 구상하고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생성하며 일레븐랩스로 목소리를 만들고 오픈AI의 소라, 메타의 무비 젠, 하이루오, 루마, 클링과 같은 도구들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
이에 따라 AI 영상이 인터넷에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5월 구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유튜브 채널 10곳 중 4곳이 AI 영상을 게재했다.
AI 음악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벨벳 선다운이라는 밴드가 부른 포크송 “더스트 언 더 윈드”가 스포티파이 바이럴 인기 50곡 차트 1위에 올랐으나 이 밴드는 실존하지 않는 밴드다.
히트한 AI 영상을 모방한 AI 동영상들도 수천 개씩 제작되고 있다. 가짜 롤러코스트 참사, 제트기를 타는 아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고양이 등의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AI 인플루언서
AI 생성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유행한다. 한 AI 인플루언서는 “난 너희랑 똑같은 인간”이라고 주장하며 AI라고 지적하는 댓글을 반박했다.
AI 동영상들이 충격적이고 외설적인 내용에 치우치면서 소셜 미디어 대기업들이 AI 슬랍을 단속하려고 시도한다. 자체 AI 도구를 사용해 AI 생성 동영상을 탐지해 표시하는 식이다. 유튜브는 지난달 AI 슬랍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제작자들이 계정을 쉽게 바꾸는 등 AI 슬랍 단속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제작 대행으로 돈벌이도
AI 제작자들은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끄는 동영상에 보상하는 인센티브로 돈을 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AI 영상 제작을 가르치는 등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또 영상을 대신 제작해주면서 돈을 벌기도 한다.
영화 제작에도 AI 영상 제작기술이 갈수록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기존의 특수효과팀보다 10배 빠른 제작 효율을 보이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AI 영상은 특히 가짜 뉴스를 쓰거나 스팸 계정을 운영하던 인터넷 지하 경제 종사자들에게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