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한 해외 출장을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식품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4일(현지 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직원 300여명을 체포했다.
이유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근로 활동을 하려면 전문직 취업(H-1B)이나 주재원(L-1)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비자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직원들을 미국에 출장 보낼 때 최대 90일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ESTA를 이용했는데,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최근 K푸드 열풍으로 미국에 생산 기지를 보유한 식품업체들은 현지 직원을 채용하거나 취업 비자를 받아 현지 사업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지 사업 관리·감독이나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해선 한국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현재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자회사인 슈완스 공장을 건설 중인 CJ제일제당은 현지 공장 건설에 근무하는 데 문제가 있는 인력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지 법인과 공장 가동에도 문제 소지가 있는 직원은 없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인디애나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즉석밥·냉동제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조지아주에 신규 빵 공장을 건설 중인 CJ푸드빌은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미국 내 비자 문제와 관련해)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예정”이라며 “주재원들은 유형에 맞는 비자를 발급 받아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라면·스낵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심과 김치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대상도 직원들의 비자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들은 주재원들이 모두 취업 비자를 받고 활동하고 있으며, 현지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를 채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27년을 목표로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준비하고 있는 오뚜기는 ESTA나 단기상용비자(B-1) 대신 주재원 비자(E-2)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삼양식품 등 미국에 생산 설비가 없어 직원들의 현지 출장이 잦은 업체의 경우엔 출장을 자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에 법인이 있기 때문에 출장을 안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최근에 비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당분간 급한 일이 아닌 이상 미국 출장은 보류하는 방향으로 내부적으로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개별 업체가 미국 내 비자 관련 문제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건설하거나 현지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한국인 직원이 필요하지만, 전용 취업비자는 그 수가 매우 적고 신청해도 발급받기까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며 “이런 문제는 개별 업체가 나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대응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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