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로 미중 간 갈등이 재점화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희토류를 파악하고 정밀한 타격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BBC는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희토류 수출 규제를 두고,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규제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제61호와 제62호 공고를 통해 희토류 수출 통제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원자재 중심 통제에서 벗어나, 희토류 원소가 포함된 장비, 기술, 조립품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고밀도 메모리와 인공지능(AI) 응용 반도체 및 관련 장비까지 포함돼, 공급망 전반을 겨냥한 규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미국은 즉각 반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부터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 방침도 함께 내놓았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태양광 패널, 군용 장비 등 각종 첨단기술 제품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중국은 수년간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에 집중하며 희토류 정제 분야에서 경쟁국들을 앞서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 정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대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으나, 중국을 따라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리나 장 시드니공과대학교 희토류 연구원은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가공 능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가공 능력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더라도, 중국을 따라잡는 데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이어 “호주는 대규모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의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되지만, 생산 인프라가 부족해 가공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니셔 맥도너 호주 에디스코완대학교 교수는 “중국의 새로운 규제는 미국 공급망의 취약점을 겨냥한 조치로, 시스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의 시점이 미국이 원했던 협상 일정과 크게 어긋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소피아 칼란차코스 뉴욕대학교 교수는 “중국 경제에서 희토류의 경제적 가치는 크지 않지만, 전략적 가치는 상당하다”며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앞두고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타샤 자 바스카 뉴랜드 글로벌 그룹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에 유리한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즉각적인 수단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도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쟈오 양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미국도 관세 인하를 제안할 수 있다”며 “무역 전쟁으로 중국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이는 중국에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응 조치가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맥도너 교수는 “중국의 기술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조치는 중국의 발전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반면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차단한다면, 이는 세계 각국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것이 두가지 조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