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의 초고층 대형 아파트 화재로 지금까지 94명의 사망자가 나왔지만, 화재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 아파트의 화재 당시 건물을 둘러 싸고 있던 대나무 비계목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 번 화재로 삽시간에 엄청난 희생자가 늘어나게한 발화 속도가 무려 1000년 전부터 사용되어온 고대 건축 방식의 대나무 비계목에 대한 관심을 새삼 집중시켰다.
동남아시아 건축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나무 비계목은 대나무 여러 개를 철사와 다른 금속 재료를 사용해 함께 묶어서 만들어 쓴다.
대개는 저층 건물이 많지만 홍콩의 경우는 초고층 빌딩 건설 현장에서도 그런 비계목 장치를 흔히 사용하는 극소수 대도시 중의 하나이다.
27일 홍콩 당국 발표에 따르면 이번 홍콩 교외 타이 포 소재 32층 초고층 대형 아파트 경우에는 건물들 외부를 둘러싼 비계목 구조물에서 불이 시작돼 순식간에 빌딩 안쪽으로 번졌고, 그 다음엔 인접한 다른 6개동으로 번져나갔다.
당시 이곳에는 강풍까지 불고 있어서 화재가 번지는 것을 도왔다고 소방대는 밝혔다. 지금은 왜 아파트 재건축 공사에서 건물 바깥에 설치된 비계목과 기타 구조물에 불이 붙었는지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대나무는 빠른 속도로 자라는 식물로 키가 크고 안에 구멍이 있는 강력한 섬유질의 재료이다. 대나무 줄기는 보통 3년된 대나무를 거두어서 쓰며 무게가 아주 가볍고 값이 싸고 운반도 쉬운 장점이 있다.
그래서 특히 홍콩 같이 인구가 많고 건물이 밀집한 대도시의 좁은 공간에서도 설치와 철거가 아주 쉬운 대나무 비계목이 공사에 많이 쓰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붕괴사고가 나더라도 대나무는 다른 무거운 철제 기둥 비계에 비해서 덜 위험하다. 그래서 대나무는 야외 극장 무대 같은 임시 건축물에도 가장 많이 쓰이는 건축 재료다.
홍콩의 대나무 기둥들은 광둥성에 이웃한 쟈오싱 성에서 수입하거나, 더 남쪽의 광시성 구이린 시에서 반입해 쓰고 있다.
하지만 홍콩에서도 최근에는 대나무 비계를 서서히 퇴출 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홍콩 개발청도 올 해 3월 청장 명의로 발표한 메모에서 “앞으로 공공 건물의 현대적 건축 공사에는 금속제 비계 사용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콩의 건축산업 위원회 자료에 딸면 홍콩에는 약 2500개의 대나무 비계 업체가 등록되어 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대나무 비계목 관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3명이다.
홍콩 정청의 고위 관리들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나무 비계를 금속 비계로 전환하기 위한 업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행정당국도 대나무 비계가 금속 보다 화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시인한다. 에릭 찬 홍콩 정무장관은 “공사 여건만 맞으면 당장이라도 안전을 위해서 금속 비계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알루미늄이나 강철 비계가 불연성이며 더 강하고 수명도 길지만 너무 무겁고 설치기간과 비용이 더 들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고층 빌딩의 경우에는 대나무를 쓸 경우 직화에 노출될 위험이 커서 감찰 대상이 되어 있다.
타이 포 지구 고층아파트의 화재에서는 대나무 비계목 뿐 아니라 건물을 에워싼 나일론 망과 시티로폼 패널로 된 창문 덮개 등 다른 가연성 물질도 가득해서 피해를 더욱 키웠다.
경찰은 아파트의 건축회사 대표와 공사 감독, 기술고문 등 3명을 체포해 살인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들이 초고층 빌딩 외벽에 사용한 건축 부자재 등이 소방기준에 미달해 화재를 더 빨리 확산시켰다는 것이 이유이다.
어쨌든 대나무 비계목이 화재 원인의 전부는 아니라해도 빌딩 여러 채 전부를 둘러싸고 있어 발화 이후 화재 피해를 키운 것은 분명하다.
소방 안전회사 그린버그 설비회사의 디배니시 굴라티 대표는 AP기자에게 ” 이번 화재는 잘못된 조건과 우연이 합쳐 초대형 재난을 만든다는 완벽한 교훈을 제공해 주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화재 원인이 무엇으로 판명되든 간에, 홍콩에서 대나무를 건축 공사장에 사용할 날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