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증여한다. 삼성물산은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며, 최대주주는 이 회장이다.
재계에서는 올해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이 회장의 ‘뉴 삼성’ 체제에 힘을 실어주려는 포석이라고 본다.
삼성물산은 2일 홍라희 명예관장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이 회장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증여 대상 주식은 180만8577주이며 지분율로는 1.06%다. 이로써 이 회장 지분율은 20.82%로 올라간다.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0%가 된다.
이번 계약 체결일은 지난달 28일이며, 증여일은 내년 1월 2일이다.
지난달 28일은 이 회장의 장남 이지호씨의 해군 장교 임관식이 진행된 날이기도 하다.
이날 임관식에는 홍 관장과 이 회장을 비롯해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참석했다. 당시 홍 관장은 이 회장과 함께 지호씨 계급장에 붙은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내는 ‘계급장 수여식’을 진행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번 증여는 올해 대법원 최종판결, 장남 입대 등 큰 사건을 겪은 아들 이 회장을 응원하기 위한 홍 관장의 ‘응원 선물’이라는 후문이다.
한동안 실적 부진에 빠졌던 삼성전자가 최근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홍 관장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삼성 오너가가 내년 4월 상속세 완납을 앞두고 자산 정리 차원에서 이번 증여가 진행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 일가는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2021년부터 내년 4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약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분할납부 중인데, 내년 4월 마지막 분납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상속세 납부는 삼성 지배구조의 리스크로 지적돼 왔다.
홍 관장 등은 지분 매각 외에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납부해왔는데, 이자 부담은 물론 주가 하락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했다.
만일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담보인정비율(LTV)을 인정받을 수 없어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주식이 강제로 매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 4월 상속세 완납으로 상속세에 대한 구조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지분 정리가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19.9% 수준으로 이미 높아, 1%포인트의 증여는 상징적 의미에 가깝다.
이번 증여로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20.82%가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며,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이다.
삼성 지배구조의 기본 축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삼성물산이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삼성생명(19.3%), 삼성전자(5%), 삼성바이오로직스(43.1%)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직접 보유지분은 1.65%에 불과하며, 오너일가(홍라희 1.66%, 이부진 0.81%, 이서현 0.8%) 전체를 합쳐도 5%가 되지 않는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1.49%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결국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