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협상이 대부분 지지부진하면서, 30일 내 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57개 무역 파트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했다. 일주일 뒤 전격 발효한다고 했지만, 13시간 만에 돌연 90일 유예했다.
관세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채권 시장이 심상치 않자, 시장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참모진 조언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론 각국과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은 당시 “금융시장 충격 때문이 아닌 (각국에서 온) 엄청난 연락들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90일 내 최대 90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협상이 완료된 국가는 영국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주요 대상국인 일본은 5차 협상까지 가졌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 정부에서 두 차례 협상을 진행한 한국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 협상에 나서게 됐다. 다만 정권 출범 초기인 만큼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한이 다가오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일 각국에 최상의 안을 가져오라는 서한을 보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모든 무역 파트너들에게 마감 시한이 다가오고 있으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임을 친절하게 상기시켜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독촉에도 한 달 내 수십 개에 달하는 국가와 무역 협상을 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스(NYT)가 현재 발효 중인 미국의 주요 협정을 분석한 결과 첫 협상부터 대통령 서명까지 2년 반 가량 소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에서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등 주요 협정도 임기 후반인 2020년 1월 서명됐다.
여기에 법원이 관세에 제동을 걸면서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부여한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며 무효로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연방항소순회법원이 1심 효력을 일시 정지하면서 관세 효력은 유지됐지만,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할 경우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발표와 유예를 반복하면서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 TACO) 신조어까지 나온 만큼, 졸속 협상으로 마무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일한 체결국인 영국과 협정도 사실상 모양새만 ‘협정’인 일종의 “협상을 위한 프레임워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는 NYT에 두 국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협상할 내용과 실제 약속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는 논점 목록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누 마낙 미국 외교협회 무역정책 담당 연구원은 USMCA와 같은 포괄적 협정 대신, 이른 시일 내 작게나마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협정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무역 협정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며 “미국이 약속한 사항이 장기적으로 준수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