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엘리트주의와 특권의 상징으로 역대 대통령 5명을 배출한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cole Nationale d’ Administration, ENA)가 2022년 문을 닫는다.
8일 프랑스 매체 ‘프랑스24’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ENA를 폐지하고 ‘공공 서비스 연구소’(Public Service Institute, ISP)로 이를 대체할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학원은 지난 1945년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능력주의 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엘리트주의와 확고한 특권의 상징으로 프랑스 기득권을 대표하는 학교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04년 이 학교를 졸업한 마크롱 대통령은 위 공무원들에게 자신이 “ENA를 폐지하고 ISP라는 새로운 기관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새로운 학교가 공공 부문의 고위직을 위해 졸업생을 계속 훈련시킬 것이지만 더 많은 다양성을 도입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마크롱 대통령뿐 아니라 프랑수아 올랑드, 자크 시라크,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 등을 배출했으며 여러 총리들과 장관, 대기업 수장 들이 이 학교 출신이다.
이번 조치는 마크롱이 대통령이 이 학교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 한 지 2 년 만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마크롱의 이번 조치가 프랑스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사회적 분노는 외면한 채 이 학교를 상징적으로 폐지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의 역사가 마크 블로흐는 이 학교가 설립되기 전부터 프랑스의 지도자들을 훈련하기위한 단일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프랑스 대학들을 통한 다양한 접근 방식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영웅 드골 대통령은 모든 지역과 사회 계층에서 온 전후 행정 엘리트를 양성하기 위해 1945 년에 이 학교를 설립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최고의 후보자를 선택하기 위해 전후 프랑스 정부는 파리의 Sciences-Po를 모델로 한 일련의 지역 대학을 설립했고, 이 시앙스포는 오랫동안 프랑스 정치인을위한 최고의 학교였으며 ENA에 입학하고자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대학이 되었다.
ENA 출신들이 프랑스의 공공기간이나 정부부처 고위직을 맡게되면서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에서도 유사한 학교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ENA를 졸업하면 프랑스내 가장 권위있는 정부기관에서 최고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프랑스 대기업 취업도 용이한 것이 사실이다.
<김치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