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7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집회를 가진 수 십 만명의 지지 군중들 앞에서 평소 대립각을 세워왔던 대법원을 맹렬히 비난, 나라를 헌정위기에 몰아넣으려 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그 동안 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느슨한 대응 정책등을 비난하는 대법원과 거의 원수처럼 지내왔다. 특히 최근에는 그의 지지자들 여러 명이 폭력적이고 반민주적인 시위를 조직하고 자금을 대거나, 폭력을 선동하고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는 등의 이유로 투옥되면서 악감정이 극에 달했다.
보우소나루대통령은 브라질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지지자들에게 거리시위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는 마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1월6일 국회의사당 난입을 선동한 것과 비슷한 폭력시위 선동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하지만 이 날 오후 늦게까지도 아직 심각한 폭력시위나 난동에 대한 신고는 접수된 것이 없다.
보우소나루는 수도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시에서 열린 시위대 집회에 나가서 대법원과 알렉산드레 데 모라에스 대법관의 최근 판결이 정치적인 체포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재선을 노리는 내년의 선거에서 전국선거위원장을 맡게 될 모라에스 대법관의 판결에 더 이상 승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보우소나루는 ” 모라에서 대법관의 어떤 결정도 이 대통령은 따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의 인내심은 이제 바닥이 났다. 우리에게는,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상파울루 집회에서도 환호하는 군중 앞에서 ” 내가 브라질에서 재선이 되지 못하게 막는 자들에게 고한다.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느님밖에 없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내게는 감옥에 가거나 살해되거나 승리하는 3개의 선택 뿐이다. 하지만 악당들에게 고한다. 나는 절대로 감옥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 토머스 트라우만은 이 날 “보우소나루는 오늘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 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나는 법률이 정하는 바를 따르지 않겠다’든가 ‘내가 좋아하는 법만 받아들이겠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보우소나루는 지지율 하락과 탄핵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지자들을 향해서 최근 두달 동안이나 독립기념일의 전국적인 지지시위를 미리 요구했다. 그는 상파울루에서 200만명이 지지시위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안군은 약 12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상파울루 중심가, 브라질리아의 정부 청사 앞과 리우데 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안에도 대 군중이 모였으며 세 군데 도시에서는 모두 보우소나루에 반대하는 소규모의 산발적인 시위도 이어졌다.
지지자들 일부는 군부가 나서서 보우소나루의 집권을 강화하라든가 의회와 대법원을 폐쇄하라는 글이 담긴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보우소나루는 상원에게 모라에스 대법관을 탄핵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과거 군사독재시대에 대한 짙은 향수를 연설 중에 표현하기도 했다.
7일 시위 전날 밤에는 모든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게시 내용물을 차단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브라질리아에서는 의회 앞에 최소 100명의 진압경찰이 시위대를 막아섰고, 대법원으로 통하는 도로에는 수십 명의 경찰이 두 줄로 바리케이드 뒤에 도열했다. 시내에서는 총 1만명의 경찰이 시위지역에 따라 이동순찰을 계속했다고 보안당국은 밝혔다.
브라질리아에서는 보우소나루의 두 번 째 연설이 끝났을 때를 비롯해 세 차례나 바리케이드를 넘어 대법원에 진격하려는 시위대의 시도가 있었지만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면서 쫓아냈다.
브라질리아 대학 정치학과의 파울루 칼몬 교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폭력시위와 국가 기본제도에 대한 도전 같은 위기는 브라질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상당히 주의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2위의 코로나19 사망자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데 대한 비난이 고조되며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데 시우바 전대통령이 출마하기만 하면 최종 결선투표에서 보우소나루를 이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선동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대법원으로 진격하는 이례적 상황에서 브라질의 내년 대선은 또 한 차례의 ‘전쟁’이 될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