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로 유명했던 해역…5톤 물고기 떼죽음
현지언론 자체조사 “돼지농장, 지층 오염시켜”
2019년 환경부 경고 “농가 배설물 유출 위험”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 지방의 물고기 떼 폐사 원인이 집약적으로 모여있는 수백 개의 돼지 농장 때문이라는 새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13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난 8월 무르시아 지역의 마르 메노르 석호의 해변에서 죽은 물고기 떼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고기 사체는 며칠 만에 5톤이 넘었다. 이곳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휴양지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당시 스페인 전역의 언론들은 석호의 탁한 물과 악취에 대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질산염이 가득한 빗물이 바닷속 조류의 확산을 야기했고 이것이 물의 산소를 고갈시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4개월 간 라이트하우스 리포츠와 현지 언론의 기자들은 돼지농장이 최근 스페인의 환경 파괴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조사했다.
지방 정부는 지난 8월 물고기 떼 폐사에 대한 책임이 석호 주변의 농경지에 있다고 진단했다. 석호 주변 1.5㎞ 이내의 비료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마르 메노르 유역에서 확산한 돼지 농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스페인 환경부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약 80만 마리를 기른 돼지 농장이 마르 메로느 주변에 지하수가 흐르는 지층의 질소 중 17%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자들은 지난 9월 수집한 이 지역의 드론 사진과 위성 사진을 통해 돼지 농장의 배설물이 진흙(slurry) 연못에서 새어나오고, 인근 땅 속에 유출된 것을 발견했다.
이 결과는 환경부의 2019년 보고서와도 일치한다. 보고서는 “마르 메노르 유역의 진흙 구덩이 10%를 방문한 결과 90% 이상이 돼지 배설물을 밀폐된 인공 연못에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직접적으로 “배설물이 땅으로 직접 유출돼 지층이 오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르시아 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던 마리아 히메네스 카살두에로는 “마르 메노르 유역은 농업이 주이긴 하지만 약 450개의 돼지농장이 있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르시아 지역의 돼지 수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스페인 전역의 지난해에는 스페인 전역에서 2019년 대비 300만 마리가 늘어 56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도살됐다. 수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히메네스 카살두에로는 마르 메노르의 붕괴 원인은 돼지 고기 수출액의 증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스페인의 2019년 돼지고기 부문 매출액은 150억 유로(약 20조 6,698억 원)를 돌파했다.
그는 “마르 메노르는 경종을 울린다. 중국에 햄을 공급하려면 땅 파괴와 돼지 농장 폐기물 쓰레기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마르 메노르 해안에 물고기 떼가 죽은 것은 사실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는 일이다. 지난 2016년에는 녹조 현상이 해상을 덮었고 2019년에는 죽은 물고기와 갑각류 수천 마리가 해안에 떠밀려 왔다.
정부가 해역 인근 농경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자 농민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환경 법규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백돼지 부문을 대표하는 회사 인터포크 스페인은 돼지농장 산업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수년간 큰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성명에서 “스페인에서 돼지 슬러리(배설물에 점토 등을 섞은 걸쭉한 물질)의 90% 이상이 비료를 대체하는 데 사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