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 승인 여부를 이날 중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비상 안보회의 모두 발언에서 “오늘 회의의 목적은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주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한 것과 국가두마(러시아 하원)의 같은 내용의 결의안에 대해 의견을 듣고 향방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분쟁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우크라 당국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 두 차례 처벌적인 작전을 펼쳤고 이젠 세 번째 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립 승인 여부에 대해 “오늘 중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를 러시아에 대한 대결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심각하고 큰 위협”이란 주장도 반복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몇 달 동안 우리는 핵심 파트너인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에 대한 안보 조치와 평화적인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은 우리의 우선 과제이지, 대결이 아니다”며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크라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위협은 배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정례회의가 아닌 비상 임시회의로 열렸다. 드미크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것은 대규모 안보회의가 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연설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었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치정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독립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하원은 지난 15일 이 지역들에 대해 독립 승인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러시아계 주민들은 지난 2014년 주민투표를 거쳐 우크라로부터 독립하겠다고 선언하고 공화국을 세웠다.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자칭’ DPR, LPR로 불린다. 이후 이 지역에선 이른바 ‘돈바스 전쟁’으로 불리는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제까지 우크라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서 1만4000여 명이 희생됐다.
이것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던 방식과 같다. 당시 크림반도 역시 자치정부를 세우고 우크라로부터 독립을 선포했다. 이어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 96% 이상 지지율로 가결했고 러시아는 이 ‘요청’을 승인함으로써 손 쉽게 병합했다.
푸틴 대통령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 대한 독립을 승인하면 우크라에 군대를 파견할 명분이 생긴다. 우크라 정부군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방은 최근 이 같은 시나리오를 예견하며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해왔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는 우크라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크라 정부군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독립을 승인한다면 그것은 전쟁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