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감독 사카키 히데오에 이어 일본 영화계 거장 감독 소노 시온이 여배우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일본 주간지 ‘주간여성 프라임’은 지난 4일 소노 감독이 여배우들에게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영화계 관계자와 피해 연예인들의 익명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노 감독은 여배우 A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성행위를 요구했으나 A씨가 이를 거절해 다른 여배우를 부른 뒤 A씨 앞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 그 외 다른 여배우들도 소노 시온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배우 마츠자키 유키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이것은 소노의 통상적인 범행 수법이다, 수십명의 희생자가 있다”고 적기도 했다.
소노 감독은 200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영화 ‘러브 익스포저'(2008)를 통해 유명해졌으며 영화 ‘두더지'(2013)가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국제적인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5일 “민폐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실관계를 정리해 다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일본 영화계의 ‘미투(Me too·성폭력 피해 고발)’ 폭로는 지난달 시작됐다. 주간지 주간문춘이 영화감독 겸 배우 사카키 히데오에게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인터뷰를 공개하면서다. 이 매체가 배우와 배우 지망생 이야기를 처음 기사화한 뒤, 10명에 가까운 여성이 “나도 당했다”며 인터뷰를 자처했다. 사카키 감독은 “성폭력이 아닌 합의된 관계였다”고 강변했지만, 추가 피해자가 늘어나자 소속사에서 해고됐다.
이에 앞서 유명 배우 기노시타 호카가 연기를 가르쳐주겠다며 어린 배우나 배우 지망생을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사실도 폭로됐다. 이번 파문으로 이들이 연출하거나 출연한 영화의 개봉은 잇달아 취소됐다.
일본에서는 미국의 하비 와인스타인 스캔들 이후 전세계 미디어 업계로 번져나갔던 ‘미투 열풍’ 때도 크게 화제되는 사건없이 잠잠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일본 영화 및 TV 산업은 고위 인사의 성적 학대와 권력 남용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숨겨왔다. 공개적으로 표면화되는 것은 거의 없다”며 “미투 캠페인 이후 일부 사건이 드러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