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헤어질 결심’이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박 감독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2018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송강호 등 한국배우들과 합작한 한국영화 ‘브로커’ 역시 같은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는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칸영화제 사무국은 14일 프랑스 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75회 행사 공식 초청작을 발표했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다투게 되는 경쟁 부문엔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다르덴 형제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크라임스 오브 더 퓨쳐’, 알리 아바시 감독의 ‘홀리 스파이더’,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 등 18편이 초청됐다.
이로써 박 감독은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에 이어 다시 한 번 황금종려상에 도전하게 됐다. ‘올드보이’는 2004년 심사위원대상(2등상)을, ‘박쥐’는 2009년 심사위원상(3등상)을 받았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수사와 로맨스가 한 데 뒤섞이는 독특한 작품으로 형사 ‘해준’은 박해일이, 변사자의 아내 ‘서래’는 탕웨이가 연기했다.
박찬욱 감독은 초청작 발표 직후 제작사 모호필름을 통해 “이번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기쁜 봄 소식”이라며 “팬데믹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하는 영화제라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칸에서 다른 영화들도 많이 보고 누구보다 오래 기립 박수를 치겠다”고 했다.
한국 감독 영화가 칸 경쟁 부문에 나간 건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3년만이다. 2020년엔 코로나 사태로 영화제가 열리지 않았고, 지난해엔 초청된 작품이 없었다. ‘기생충’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일본 거장 고레에다 감독은 신작 ‘브로커’로 2018년 ‘어느 가족’에 이어 다시 한 번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하긴 했지만 송강호·강동원·배두나·아이유 등이 출연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을, 영화사 집이 제작한 사실상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 작품은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여정을 그린다. 송강호는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기의 새 부모를 찾아 특별한 거래를 하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을, 강동원은 그의 파트너 ‘동수’를 맡았다. 아이유는 우연찮게 두 사람의 여정에 합류하게 된 아기 엄마 ‘소영’을, 배두나는 이들을 쫓는 형사 ‘수진’을 연기했다.
한편 배우 이정재가 감독은 맡은 영화 ‘헌트’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헌트’는 두 명의 안기부 요원이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면서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첩보 스릴러물이다. 이정재는 이번 작품에서 제작·연출·연기·각색 등을 맡았다. 이정재는 2010년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배우로서 칸에 초청받은 적은 있지만 감독으로선 이번이 처음이다. ‘헌트’엔 이정재와 함께 정우성·전혜진·허성태·정만식 등이 출연했다.
이정재는 소속사를 통해 “데뷔작을 칸에서 처음 선보일 수 있어서 매우 영광이다. 제작진의 뜨거운 열정과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칸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이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초대된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 연상호 감독의 ‘부상행'(2016),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7), 윤종빈 감독의 ‘공작'(2018) 등이 있다.
제75회 칸영화제는 다음 달 17~28일 열린다.